태권도 종주국 필살기, 마인드 컨트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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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멕시코서 세계선수권 개막… “스포츠과학 접목해 자존심 회복”

2012년 런던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은메달리스트 이대훈(용인대)은 평상시나 훈련할 때 계속 주문 같은 것을 외우고 다닌다. 임태희 용인대 교수(스포츠심리학)가 런던 올림픽 때부터 실시한 심리 프로그램에 따라 마음을 안정시키고 흥분하지 않도록 자신만의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혼잣말은 관중이 많거나 상대가 강할 때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문같이 외우는 일종의 ‘신경안정제’다.

한국 태권도대표팀이 15일(현지 시간)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개막하는 2013 세계태권도선수권에서 스포츠 과학의 도움을 받아 종주국의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한국은 2011년 경주 대회에서 남자부가 20회 연속 종합 우승을 노리다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에 그쳐 이란(금3, 은1, 동2)에 종합우승을 내줬다. 여자부에서는 금1, 은2, 동3개로 2009년 코펜하겐 대회에서 중국에 내준 종합 1위를 되찾았지만 금메달 수에서 중국(금2, 은2)에 뒤져 종주국의 자존심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태환)는 임 교수의 제안에 따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목표로 스포츠 과학을 본격적으로 태권도에 접목하는 시도를 시작했다. 태권도의 전력이 크게 기술과 체력, 심리의 3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해 해당 분야 전문가를 합류시켜 훈련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은 런던 올림픽 때 남녀 2체급씩 4체급에 나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따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때부터 스포츠 과학을 처음으로 태권도에 체계적으로 접목했으며 점점 발전시켜 나가는 중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스포츠 과학의 지원은 계속된다. 특히 최근에는 대표팀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팀은 지난달 17일 시작된 국내 훈련 때부터 임 교수와 함께 체계적으로 ‘마음 훈련’을 해왔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남녀 금메달 2개 이상씩을 획득해 각각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 남자부에서는 2연패를 노리는 이대훈과 2011년 유니버시아드 금메달리스트 김훈(한국체대·68kg급)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여자부에서는 역시 대회 2연패를 노리는 김소희(한국체대·46kg)와 31세의 노장 이인종(삼성에스원·73kg)이 금메달 후보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때 남녀 8개의 금메달을 8개국이 가져가는 등 세계 태권도의 수준 평준화가 가속화돼 더이상 종주국의 위상을 지키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2016년 브라질 올림픽을 겨냥한 태권도의 새로운 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게 다가온다.

푸에블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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