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찍으면 스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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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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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청소년 육성 외길 이광종 감독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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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은 빨갛게 충혈됐고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4일 열린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이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승부차기 끝에 따돌리고 8강에 오르자 이광종 감독(49)은 지난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듯했다.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를 시작해 청소년 전문가로 살아온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 감독은 벤치를 떠나 잠시 혼자서 감정을 추스르고서야 선수들과 기쁨을 함께했다. 1-0으로 앞서다 종료 직전 1-1, 연장 혈전에 이은 승부차기 끝에 우승후보를 꺾어 감격은 더 컸다.

2000년대 축구협회에서 기술국장으로 한국 지도자 교육을 책임졌던 조영증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은 이 감독에 대해 “잘 키운 자산”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감독은 ‘한국 청소년 축구의 대부’ ‘국내 최고의 청소년 전담 스페셜리스트’로 불린다. 그의 경력이 이를 증명해 준다. 이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풀뿌리 축구를 키워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2000년 축구협회가 유소년(12∼15세) 육성 시스템을 출범시키면서 채용한 전임지도자 5명 중 한 명이었다. 이 감독은 2002년 15세 이하, 2005년 18세 이하 사령탑을 거쳐 2004년부터 4년간 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 팀장을 맡았다. 2009년 17세 이하 월드컵 사령탑으로 처음 세계 대회에 출전해 한국을 22년 만에 8강에 올려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감독의 청소년 축구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지도자 자격 최고인 P(프로)자격증을 따고도 프로팀에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2000년 함께한 지도자 중 유일하게 혼자 남았다. 조영증 위원장은 “솔직히 빛나지 않는 자리에 오래 남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이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이 감독은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게 됐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갓 10대를 지나온 청소년들이라 남들의 시선에 많이 흔들린다. 그래서 대회 내내 ‘남들이 약체라고 하는데 너희들은 자존심도 없냐’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자’고 자극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정말 잘했다. 져도 좋다. 자신감 있게 하라’고 격려해 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전은 이 감독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경기였다. 세계 청소년 축구의 흐름에 해박한 이 감독은 기술 좋고 스피드가 빠른 콜롬비아를 맞아 수비를 탄탄히 한 뒤 역습하는 전략을 세우고, 선수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철저히 주입시켰다. 볼 소유에선 다소 밀렸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고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채널A 영상]이광종의 ‘될 성 부른 떡잎’ 판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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