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롯데 박준서의 ‘대타 성공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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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22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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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준서. 스포츠동아DB
롯데 박준서. 스포츠동아DB
롯데 박준서(32)의 경기는 5회 클리닝 타임 이후부터 시작된다. 어엿한 1군 엔트리 선수지만 경기 전 훈련이 끝나면 당장은 특별한 역할이 없다. 대개 5회까지는 덕아웃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그의 일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롯데 야수진 중 최고참급이지만 스스로 나서서 파이팅을 보여준다.

중반전이 넘어가는 5회가 끝나서야 ‘게임 모드’로 돌입한다. 경기 흐름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상대 투수를 관찰한다. 대타로 임무가 주어지다보니 이제는 코치가 얘기하기 전부터 나갈 타이밍을 짐작하고 준비할 수 있다. 박준서가 덕아웃에서 사라진 순간은 대타 출장이 임박해 어딘가에서 스윙연습을 하고 있을 때다.

그리고 롯데의 운명이 걸린 승부처가 돌아오면 거의 어김없이 박준서가 등장한다. 그 한순간 그의 타격에 팀의 승패가 걸려있을 때가 부지기수다. 잘 치면 영웅, 못 치면 역적이 되는 그 긴장감 속에서 박준서는 무려 3차례의 대타 결승타를 기록했다. 20일까지 득점권 타율은 24타수 12안타로 5할에 달한다. 득점권 타점은 18타점에 이른다. 특히 19~20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2경기 연속 결승타를 터뜨렸다.

이런 승부사적 기질에 관해 박준서는 ‘절실함’을 꼽았다. 그 타석에 모든 걸 걸겠다는 절실함이 높은 집중력을 유발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많은 선수들이 의욕이 앞선 나머지 몸이 굳을 상황에서 그는 오히려 “야구를 즐긴다”는 역설을 얘기한다. 즐겨야 욕심을 버릴 수가 있다고 했다. 어쩌면 상호 충돌하는 절실함과 즐거움 사이에서 심리적 균형을 맞추는 것이 기적 같은 득점권 타율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원래 박준서는 서른살이 되기 전까지 개인주의적인 선수였다. 자기 플레이만 눈에 들어왔었고, 주전이 아니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야구단에서 팀 플레이어로서의 존재 가치를 깨달았다. “대타가 주전보다 힘들지만 대타 나름으로 팀에 기여하면 된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팀 플레이어이자 벤치 리더로의 변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12월에 태어날 둘째 아이를 생각하면 더 야구를 잘해야 한다는 마음뿐이다. 롯데가 객관적 전력의 열세에도 이 정도 성적을 내는 것은 박준서 같은 고참이 버티고 있어서일 것이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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