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환경과 닮은꼴…프로배구 전력평준화 딜레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4월 17일 07시 00분


■ 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학부모들에게 지금 가장 불만스런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교육제도라고 할 것이다. 늘어나는 사교육비에 호주머니는 얇아졌지만 희망이 안 보인다. 공교육에 대한 믿음은 이미 사라졌다. 학생들은 현실을 견디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 누구에게 죄를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프로스포츠를 보면 대한민국의 교육환경이 보인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013∼2014시즌을 앞두고 전력평준화가 화두다. KEPCO와 KGC인삼공사가 보여준 성적이 문제였다. 두 팀은 지난 시즌 각각 25연패, 20연패를 기록했다. 한 시즌에 30경기를 치르는데 이 정도 패배면 대중의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프로스포츠가 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하위 팀이 적어도 3할 이상의 승률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배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쉽지 않다. 변수가 적어 전력에 차이가 나면 시즌 도중에는 결과를 바꾸기 힘들다. 승패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야 흥미가 생길 텐데 결과가 뻔하다면 누가 그 경기를 볼 것인가?

명문대 진학이 확실한 학생과 대학진학을 포기한 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는 대부분의 학교가 이와 비슷하다. 남녀 12개 구단이 KOVO의 뼈대를 이루지만 몇몇 공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은 다른 기업 팀에 비해 투자가 떨어진다. 자식 공부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를 둔 학생이 공부를 잘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형편이 어려워 뒷바라지를 못하는 아이들을 둔 부모를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의 수준을 누구의 눈높이에 맞출 것인가?

교육당국의 입장은 KOVO가 가진 딜레마와 많이 닮았다. 그런 면에서 프로야구는 복을 받았다. 최근 한화가 연패를 거듭해 걱정이지만 아무리 못하는 팀도 3할의 승률은 보장된다. 변수가 많아 배구처럼 승패가 확실히 결정 나지 않는다는 야구만의 특성도 있지만 진입장벽을 높인 덕을 보고 있다.

우등생으로 가득 찬 외국어고나 강남 8학군과 비슷하다. 성적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과 지원 열의가 높은 외국어고나 8학군에서 명문대 진학을 많이 하듯 프로야구는 처음부터 학업에 뜻이 없는 학생과 부모의 능력을 철저히 검증해 빼버렸다.

프로축구는 승강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프로축구도 V리그와 비슷한 구조다. 기업구단과 도시민 구단의 눈높이가 다르다. 연맹이 다양한 의견을 모아 올바른 정책으로 옮기기에는 힘이 많이 든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공부 못하는 학생은 유급을 시킨다는 승강제다. 강제로 유급을 당한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화가 나겠지만 K리그는 이 제도를 정착시킬 생각이다. 지난 시즌 유급생이었던 광주FC가 이를 악물고 공부해 명문대에 진학하는 재수생의 사례로 남을 경우 프로축구의 승강제는 제대로 된 정책으로 인정받을 것 같다.

과연 KOVO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가운데 어떤 정책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더 놀라운 방안이 있는 것인지. 연맹의 행정능력은 이런 데서 드러난다.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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