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View]김응룡 “야구는 운칠기삼이야…약하다고 만날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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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8일 07시 00분


국보급 에이스에게도 “수고했어”라는 한마디가 최고의 칭찬이었다. 말보다 행동으로 불어넣는 긴장감, 스타군단을 휘어잡은 무언의 
카리스마. 그래서인지 그의 가을은 항상 금빛이었다. 한화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한 김응룡 감독이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국보급 에이스에게도 “수고했어”라는 한마디가 최고의 칭찬이었다. 말보다 행동으로 불어넣는 긴장감, 스타군단을 휘어잡은 무언의 카리스마. 그래서인지 그의 가을은 항상 금빛이었다. 한화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한 김응룡 감독이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독수리 조련사로 컴백…백전노장 코끼리 감독 김응룡

빗맞아도 안타 되고 잘 맞아도 아웃 되고
야구야말로 약한 팀도 이길 수 있는 종목
그게 ‘야구의 묘미’지…항상 최선 다해야

고기 사주는 감독? 잘 먹는 게 첫째잖아
김응룡 많이 죽었어…부드러운 남자라고

700만 관중? 일본은 한 팀이 400만 동원
한국도 이제부터야…야구장부터 고쳐야


김응룡(72) 감독이 돌아왔다. 그라운드를 떠난 지 8년 만이다. 해태에서 9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명장.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도 야구에 대한 열정이 식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주위에선 류현진(LA 다저스)이 떠나고, 박찬호(은퇴)가 유니폼을 벗은 한화의 사령탑을 맡은 사실을 두고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야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제 좀 숨쉬고 살 것 같다”고 한다. 야구밖에 모르고 야구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천상’ 야구인이다.

-8년간 공백을 뚫고 현역 감독으로 돌아왔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즐거운 마음으로 왔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10번이요? 과거가 무슨 상관있어요. 과거에 10번, 20번 했어도 상관없어요. 과거는 지나갔고, 지금 우승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장에 돌아와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선수들하고 노는 게 재미있잖아요.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는 게 재미있어요. 운동선수들, 야구선수는 유니폼 입을 때가 가장 좋은 거니까.”

-돌아와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아직 힘든 일 없어요. 정규시즌 들어가서 팀이 지면 힘들겠지.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요? 운동해요. 주로 등산. 아직은 스트레스 안 받아서 모르겠는데, 매일 1∼2시간씩 운동하면서 풀었어요. 어디 가든 단골 산이 있어요. 대전은 보문산, 광주는 무등산, 대구도 수성 뒤에 산 있다고.”

-과거 김응룡 감독과 현재 김응룡 감독의 스타일이 바뀌었나요?

“지금 김응룡은 죽었잖아. 허허. 주위에서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하더라고.”

-선수들에게 고기를 많이 사주는 감독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내가 배고파서 숙소에 함께 있으니까 사준 거지.(웃음) 운동선수들한테는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선수들에게도 먹으라고 항상 강조해요. 특히 아침은 꼭 먹어야 돼요. 하루에 6∼7시간씩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도 배고프면 일에 싫증나고 짜증이 나기 마련인데, 하루 종일 운동장에서 뛰는 사람들이 굶고 나오면 운동이 돼? 싫증나버리지. 잘 먹는 게 첫 번째예요.”

-해태 시절에도 선수들을 뒤에서 남몰래 잘 챙겼습니다. 강영식(롯데), 이호준(NC) 같은 선수들을 데리고 합숙을 했었는데 이유가 있었나요?

“당시에는 아파트 40평에 스물 몇 명이 우르르 몰려서 살았어요. 선수들이 덩치는 좀 커요? 좁은 곳에 비집고 자는 게 안타까워서 내가 (감독 숙소에) 몇 명 데리고 있었죠.”

-사실 감독으로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야구를 잘 해보자고 그랬어요. 데리고 한마디 해주려고.”

-그때 해준 조언은요?

“프로는 냉정하다는 것을 얘기를 해줬지. ‘프로는 학교와는 다르다. 학교에선 선배가 졸업하면 주전이지만, 프로에선 실력이 없으면 죽을 때까지 후보다. 프로는 졸업이 없다.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줬어요.”

-감독도 오래 했지만 삼성에서 사장(2005∼2010년)을 하면서 프런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프런트는 현장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잘해야죠. 그게 정답이더라고.”

한화 김용룡 감독(앞)과 김성한 코치.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김용룡 감독(앞)과 김성한 코치.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도 리빌딩을 하고 있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지. 트레이드는 다른 구단이 욕심내서 잘 안 되고. 방법은 스카우트 잘하는 수밖에 없어. 현대야구는 감독 싸움이 아니라 스카우트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신인선수를 볼 때 가장 눈 여겨보는 부분은 뭔가요.

“장래성이죠. 지금 (시속) 140km가 나왔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130km를 던져도 장래성이 이 있으면 데리고 와야 돼요. 투수의 경우는 유연성 있고, 체격 조건 좋고, 그런 거지. 방망이 치는 것도 그래요. 4번 나가서 2번 치면 (타율) 5할이라고 데리고 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를 봐야 해요. 결국 스카우트들의 눈싸움에서 팀의 미래가 결정되는 거예요.”

-혹시 징크스가 있나요.

“징크스는 자꾸 지면, 스스로 약하면 징크스를 찾는 거예요. 화장터를 간다느니, 영구차를 본다느니. 사실 실력 있으면 ‘징크스? 웃기네!’ 한다고. 징크스 아무 것도 아닌데 말이야.”

-한화 선수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최선을 다 하는 것. 우리는 알다시피 (전력이) 약하잖아. 최선을 다 하는 게 중요한 거지. 그리고 야구라는 게 참 재미있어요. 야구는 기록싸움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육상에서 우사인 볼트가 100m를 9초에 뛰는데, 12초를 뛰는 한국 선수와 100번 대결을 해요. 그럼 어떻게 되겠어요. 다 진다고. 하지만 야구는 달라요. 왜 우리끼리 하는 말로 ‘운7, 실력3’이라고,(웃음) 야구는 그만큼 변수가 많아요. 아무리 전력이 약하더라도 야구는 붙어봐야 아는 거라고. 잘 못 맞히는데 빗맞은 안타가 나올 수 있고, 잘 맞은 타구가 수비수 정면으로 갈 수 있다고. ‘약하다’, ‘약하다’고 하지만 만날 지나? 아니거든. 그게 야구의 묘미예요.”

-한국야구가 달라진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선수들 몸값이 많이 올라갔죠. 기술적으로도 발전했고. 운동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페이롤이 높아지면 기술발전은 따라가게 돼있어요.”

-프로야구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는데 헤쳐 나가기 위해 현장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700만 관중? 그건 자랑할 게 못돼요. 일본에선 한 팀이 300만, 400만을 동원해요. 10팀이 700만 관중? 외국에 나가서 그런 얘기하면 창피한 거예요. 한국은 지금부터예요. 일단 운동장부터 어떻게 해야 돼요. 3만, 4만 관중이 드는 야구장을 만들어야지. 지금 한국 운동장은 프로선수들이 운동할 장소가 아니야. 예를 들어 우리가 우동집에 간다고 하더라도, 주차시설 해놓고 편한 곳을 손님들이 많이 찾잖아요. 야구장도 편하게 만들어야 관중이 오잖아요. (손가락으로 구장을 가리키며) 이거 어떻게 해야 돼.”

-감독으로서 목표가 있나요.

“(한국시리즈) 우승이지. 선수들은 ‘이 경기에서 이기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돼요. 한 베이스 더 가려고 노력하고. 또 승패와 상관없이 개인플레이 하는 선수들이 많으면 못 이겨요. 팀플레이가 중요해요.”

-김응룡 감독에게 야구란?

“나한테 야구 빼놓으면 뭐 있나. 허허. 어릴 때부터 야구밖에 한 게 없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딴 종목은 뻔하잖아요. 하지만 야구는 약한 팀도 이길 수 있으니까. 야구 재미있지 않아요?”

목동|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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