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해 보이는 골키퍼? 2kg 훈련공 몇번 막으니 ‘KO’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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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김동욱 기자, 美전훈 강원FC 골키퍼훈련 체험

본보 김동욱 기자(오른쪽)가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풀러턴대 운동장에서 골대에 연결된 고무줄을 허리에 묶고 김태수 강원 FC 골키퍼 코치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왼쪽 사진). 팽팽하게 허리를 당기는 고무줄로 인해 몸은 자꾸 뒤로 넘어지려 했다. 이 상태에서 몸을 날려 상하 좌우로 날아오는 공을 막아야 했다. 이 훈련은 무게중심을 잘 잡게 하고 허리를 강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몸을 날리는 각종 훈련을 끝낸 뒤 허리 들어올리기 등 유연성 강화 훈련을 또 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실시된 이 훈련을 끝내자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 강원 FC 제공
본보 김동욱 기자(오른쪽)가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풀러턴대 운동장에서 골대에 연결된 고무줄을 허리에 묶고 김태수 강원 FC 골키퍼 코치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왼쪽 사진). 팽팽하게 허리를 당기는 고무줄로 인해 몸은 자꾸 뒤로 넘어지려 했다. 이 상태에서 몸을 날려 상하 좌우로 날아오는 공을 막아야 했다. 이 훈련은 무게중심을 잘 잡게 하고 허리를 강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몸을 날리는 각종 훈련을 끝낸 뒤 허리 들어올리기 등 유연성 강화 훈련을 또 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실시된 이 훈련을 끝내자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 강원 FC 제공
“빨리 일어나세요.”

일어나기 위해 애써 봤지만 숨만 더 가빠질 뿐이었다. 휘청거리다 결국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고 힘겹게 한마디 뱉었다. “5분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

흔히 골키퍼는 축구선수 중 뛰어다니는 거리가 가장 짧다고 말한다. 축구장 규격은 가로 90∼120m, 세로 45∼90m다. 그중 골키퍼는 길이 7.32m, 높이 2.44m의 골대를 중심으로 뛰어다닌다. 골키퍼는 이 골대의 양쪽 기둥으로부터 각각 16.5m, 그 지점에서 다시 필드를 향해 직각으로 16.5m 뻗어 있는 공간, 즉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주로 활동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뛰는 필드 선수들과 달리 편해 보이기도 한다. 골키퍼들의 세상은 어떨까? 프로축구 강원 FC 구단의 협조를 받아 직접 체험해 봤다.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풀러턴대 운동장. 강원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할 것이니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먼저 선수들과 함께 15분간 달리기와 스트레칭, 기초 훈련을 한 뒤 골키퍼용 장갑을 받았다. 이때 이미 기자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손에 건네진 것은 보통 축구공의 절반 크기에 2kg이나 나가는 골키퍼 훈련용 공이었다. 보통의 축구공 무게가 410∼450g인 것에 비하면 5배 가까이 무거운 공이다. 한 손으로 받고 다시 건네주는 간단한 동작부터 시작했는데 무게 탓에 손에서 공이 빠지기 일쑤였다. 공이 조금이라도 강하게 날아오면 몸은 뒤로 넘어갔다. 김태수 골키퍼 코치의 호통이 날아왔다. “골키퍼는 넘어지더라도 앞으로 넘어져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을 올리는 동작이 느려지자 결국 공이 얼굴을 강타했다. 하지만 김 코치는 칭찬했다. “골키퍼는 절대 공을 피하면 안 됩니다. 얼굴로 막았으니 잘했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몸을 던져 공을 막아 내는 세이빙 훈련. 넘어지는 동작부터 배웠다. 멋있게 몸을 날려 공을 막아 내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좌우로, 아래위로 쉴 새 없이 날아오는 공에 넘어졌다 일어나기 바빴다. 김 코치의 호통. “지금 공을 받는 겁니까? 아니면 그냥 넘어지기만 하는 겁니까? 자세 똑바로 하세요.”

30번 정도 하자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서 있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래도 김 코치는 빨리 일어나라며 호통만 쳤다. “골키퍼는 순발력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늦게 일어나면 바로 실점으로 이어집니다.”

훈련이 끝났나 싶었지만 기자를 기다리는 건 고무줄 훈련. 골포스트에 연결된 고무줄을 허리에 묶고 다시 세이빙 훈련이 시작됐다.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탓에 몸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고무줄에 끌려 자꾸만 뒤로 넘어졌다.

1시간 20분 동안의 훈련이 끝난 뒤 김 코치는 “순발력, 체력, 기본기 모두 부족하다. 다만 하고자 하는 의지는 합격점이다”라고 기자를 평가했다. 김 코치는 하소연하듯 말했다. “골키퍼는 가장 대접을 못 받는 자리입니다. 보기에 쉽다는 이유죠. 그래도 요즘에는 점점 나아지고 있고 팬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셔서 좋아요.” 훈련을 마치고 드는 생각. 골키퍼가 쉬운 자리다? 이제 절대 그런 말은 못할 것 같다.

로스앤젤레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골키퍼훈련#강원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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