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재기 노리는 K리거] 이종호 “이동국형 같은 카리스마 갖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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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7일 07시 00분


전남의 유스 출신 이종호는 차세대 스트라이커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이종호는 작년 시즌 무난한 활약을 보였지만 팀의 중심이 
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을 들었다. 좀 더 성숙한 경기력으로 2013년 팀의 재건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스포츠동아DB
전남의 유스 출신 이종호는 차세대 스트라이커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이종호는 작년 시즌 무난한 활약을 보였지만 팀의 중심이 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을 들었다. 좀 더 성숙한 경기력으로 2013년 팀의 재건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스포츠동아DB
전남 유스 출신 차세대 스트라이커 재목
거침없던 프로 첫해 자만이 부른 슬럼프
1부잔류 벼랑에서 ‘나 보다 팀’ 깨달음
성숙한 컴백 위해 태국전훈서 굵은 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남 드래곤즈는 국내 정상급 유스 시스템을 자랑한다. 숱한 스타를 배출한 가운데 요즘 가장 부각되는 유망주는 이종호(21)다. 그는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각광 받는다. 광양제철고 출신의 유망주로서 2011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도약했다. 큰 시련은 없었다. 프로축구에서 흔하디흔한 ‘2년차 징크스’도 없었다.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있었다. 폭발적인 성장세가 잠시 멈춘 듯한 인상이기 때문이다. 그간 거쳐 온 길이 비교적 순탄했고, 위기도 딱히 없었지만 만족할 수는 없었다. 소속 팀 전남이 지난 시즌 2부 리그 강등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일조한 것 이외에는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기세가 꺾였다”는 주변의 평가가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아는 이종호는 이를 악물고 태국 방콕 전훈에 임했다.

○화려함은 잊고

“지난 시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종호는 잠시 머뭇거린다. 나온 대답은 이랬다.

“뭐,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2년차 징크스 없이 그럭저럭 잘된 편이었죠. 위기에 빠진 팀도 살아났고, 저 역시 많은 일을 겪으면서 성숙해진 한 해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런데 이상하다. 표정이 어두웠다. 시무룩해진 눈가에는 할 말이 가득해 보였다. 이종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 개인적으로는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은 해요. 신인 때는 꾸준히 교체 투입이 되면서 프로 무대가 뭔지, 실전이 뭔지를 알게 됐고, 2년차였던 작년에는 선발 라인업에 포함돼 계속 그라운드를 밟았잖아요. 공격 포인트도 꾸준히 쌓았고요.”

하지만 “2% 부족함이 있었다는 주위 평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묻자 이종호가 머뭇머뭇 대답했다.

“예전, 프로에 입문하기 전 한참 관심을 받을 때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안주했다고 할까? 출전 횟수에 비해 골도 도움도 많이 올리지 못했어요. 질 경기도 졌고,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졌으니. 제가 잡은 여러 번의 찬스를 조금이라도 더 살렸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이종호는 청소년대표팀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됐다.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그는 “아무래도 욕심이 나다보니 당장의 실력 이상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데뷔 시즌부터 엔트리에 포함되면서 자신감이 넘쳤지만 정작 이에 대한 고마움은 몰랐다”고도 했다.

○새 출발을 꿈꾸며

이종호의 데뷔 시즌(2011년) 시작은 화려했다. 2경기 째인 FC서울과 홈경기에서 골 맛을 봤고, 프로 첫 어시스트까지 올렸다. 7년 묵은 서울전 무승 징크스 타파가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던 것이다. 전남 유스 시스템의 같은 코스를 밟은 선배 지동원(22·아우크스부르크)이 데뷔 5경기 만에 첫 골을 넣은 걸보면 이종호의 폭풍 성장은 거침이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늘도 있었다. 여유를 앗아갔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갔어요. 분위기에 심취해서. 솔직히 생애 한 번 뿐이라는 신인왕 욕심도 있었고. 그런데 어느 순간 공격 포인트가 멈추며 제 이름이 스포츠신문 지면에서 사라지더라고요. 기회도 엄청나게 많았었는데. 제 자신에게 화가 났죠. 프로축구연맹 연말 시상식 때 후보군에도 오르지 못했으니….”

그의 반성은 이어졌다.

“(기회를 제때 살리지 못한) 내 잘못이 2011시즌 팀의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을 결과적으로 막은 셈이다.”

그는 작년 시즌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내가 꼭 해결해야지’ ‘내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뛰어야지’ 대신에 ‘팀이 무조건 이겨야지. 또 어떻게 하면 여기에 보탬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팀은 끝없이 추락했다. 무승의 늪에서 한참 헤매다보니 정해성 전 감독이 자진 사퇴하고, 하석주 감독이 신임 사령탑에 올랐다. 전쟁에서 지휘관 교체는 무너지는 조직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다.

다행히 전남은 11경기 무승(2무9패)에서 시즌 막바지 10경기 무패(4승6무)로 바뀌며 극적으로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 살아남았다. 그 과정에서 이종호는 자신의 단점을 되돌아보게 됐다. 아직 팀 내 버팀목 역할은 하기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가 성격도 다혈질이고, 감정 기복도 심해요. 인성이나 경기력으로나 더 성숙해져야겠죠. 전북 현대 (이)동국이 형이나 FC서울 데얀처럼 외부에서부터 풍기는 강한 포스(힘)도 갖고 싶어요. 주어진 환경에서 절 가로막는 틀을 벗어나도록 할게요.”

이종호는?

▲포지션:공격수
▲생년월일:1992년 2월24일
▲신체조건:180cm 77kg
▲학력:광양제철중-광양제철고
▲경력:전남(2011∼현재·54경기 8골5도움)


방콕(태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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