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영-지동원 사례로 본 EPL이적시 주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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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8일 07시 00분


지동원(왼쪽)-윤석영. 스포츠동아DB
지동원(왼쪽)-윤석영. 스포츠동아DB
지동원 고액 이적료, 새 팀 찾을땐 암초
전남 성급한 이적발표 윤석영 갈팡질팡


축구선수들에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꿈의 무대’로 불린다. 꿈을 이루는 일이 결코 쉽지 않듯 EPL에 진출하는 과정이 늘 순탄하지는 않다. EPL을 염두에 둔 선수라면 퀸즈파크레인저스(QPR) 입단을 눈앞에 둔 윤석영과 2011년 여름 선덜랜드로 이적했던 지동원의 사례를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적료 무조건 많이 받는 게 좋다?

지동원은 ‘무조건 많은 이적료를 받는 게 능사는 아니다’는 교훈을 준다.

선덜랜드는 지동원을 영입하며 전남에 350만 달러(당시 37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동원에게 책정된 75만 달러 바이아웃(일정금액 이상 제의가 들어오면 선수 이적을 허용)의 5배 가까이 됐다. 선덜랜드는 원래 130만 달러 안팎의 이적료를 생각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헐값 논란이 일고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까지 영입 전쟁에 뛰어들며 금액이 올랐다. “유럽 구단은 높은 이적료를 쓴 선수에게는 꾸준히 기회를 주지만 헐값일 경우 쉽게 내칠 수 있다”는 주장도 많은 이적료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 중 하나였다.

고액 이적료가 나중에 지동원의 발목을 잡았다. 지동원이 선덜랜드에서 자리 잡았으면 문제가 없었지만 반대 상황이 되면서 독이 됐다. 선덜랜드는 지동원을 전력 외 선수로 분류해 이적을 고려하며 초기 투자금액을 최대한 회수하려 했다. 그러나 유럽 내에는 선덜랜드 입맛을 만족시킬 팀, 리그가 거의 없었다. 이는 EPL의 시장규모가 다른 유럽 리그에 비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럽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EPL 구단 입장에서 30억은 큰 금액이 아닐 수 있지만 다른 유럽 리그 팀에는 만만찮다.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동원은 우여곡절 끝에 올 겨울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돼 다행히 잘 적응 중이다. 그러나 올 여름 임대기간이 끝나고 새 팀을 찾을 때 비슷한 어려움을 또 겪을 수 있다.

○에이전트 간 의사소통 부재

QPR도 윤석영을 데려가며 전남에 바이아웃(75만 달러)보다 많은 80만 파운드(13억5000만원)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동원처럼 5배 이상의 고액은 아니다.

윤석영은 지동원과 전혀 다른 이유로 논란이 벌어졌다. 윤석영은 QPR 이적에 동의해 영국 현지에 메디컬테스트를 받으러 가서는 트위터에 풀럼 이적을 희망하는 듯한 글을 올리는 소동을 빚었다. 이번 이적 건을 주도한 에이전트와 윤석영과 계약된 선수 에이전트 사이에 의사소통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이 관계자는 “이번처럼 주체가 다를 경우 두 에이전트가 긴밀히 교감해야 선수 의사를 정확히 알 수 있고 실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영은 영국 도착 후 풀럼이 기존보다 더 나은 조건에 오퍼를 던졌다는 사실을 알았고, 비슷한 조건이라면 강등 위기의 QPR보다 풀럼이 나을 수 있다는 판단에 고민을 한 것이다.

전남의 발표 시점도 너무 빨랐다. 원래 계약이라는 것이 정식 사인 전까지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데, 전남은 성급히 보도자료부터 냈다. 윤석영이 QPR로 마음을 다시 돌렸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희대의 해프닝이 벌어질 뻔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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