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남들보다 힘든 하은주의 여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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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일주일 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는 한결 밝아 보였다. 본보(11월 27일자 A29면)를 통해 토종 최장신 센터(202cm)로 살아가는 남모를 슬픔에 대해 눈물로 고백한 신한은행 하은주(28)는 “기사가 나간 뒤 팬들의 적지 않은 응원이 있어 감사했다”고 했다. 하지만 악플도 있었다. 특히 ‘신한은행에선 잘하면서 국가대표에만 가면 못 뛰는 반쪽 선수’라는 비난에는 유독 가슴 아팠다고 했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팬들의 지적에는 일면 타당한 부분이 있다. 하은주는 보통 프로농구 선수들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하은주는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프로 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유리몸’을 지니고 있다.

하은주는 상체는 발달했지만 하체가 약한 편이다. 선일중학교 시절엔 무릎 수술 여파로 2년 동안 농구를 쉬기도 했다. 최근에도 한 경기에서 20분가량 뛰면 2∼3일은 재활 훈련에 매달려야 다시 코트에 설 수 있다. 이 때문에 하은주는 대부분 팀 훈련에서 빠진 채 개인 훈련을 한다. 경기 전날 30분가량만 팀 전술을 맞춰보고 경기에 나선다.

시즌 종료 후 몸 상태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임 감독은 “다른 선수들이 한 달 정도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비해 은주는 2∼3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여자농구 선수들은 3월에 프로농구 시즌이 끝나면 4월엔 대부분 휴가를 받는다. 5월에는 국가대표팀이 소집된다. 컨디션 회복 속도가 느린 하은주는 5월에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후 여름까지도 몸을 만들기 어려운 적이 많았다. 그가 시즌이 한창인 가을에는 국가대표에서도 맹활약했지만 시즌 종료 후 여름에 열리는 국제대회에서는 제대로 뛰지 못했던 이유다.

이렇듯 하은주는 특수성이 있다. 그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다고 평가받는 하은주의 하드웨어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일부 팬의 성숙하지 못한 비난이 아쉬운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2013년 세계선수권과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등은 가을에 열린다. 하은주가 활약하기에 무리가 없는 시기이다. 문제는 하은주가 그동안 부진했던 여름에 열리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다. 임달식, 이호근 등 전 대표팀 감독들은 “시즌 종료 후 곧바로 휴가를 주지 않고 재활에 힘쓴다면 여름에도 하은주를 뛰게 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런던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여자농구의 부활을 위해 ‘국보급 센터’ 하은주의 활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noel@donga.com
#하은주#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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