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핫이슈] 몸쪽을 지배하는 자, 가을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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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7시 00분


삼성 정형식(59번)이 29일 KS 4차전 6회초 2사 2루서 대타로 나와 SK 투수 송은범(왼쪽 끝)이 던진 공에 다리를 맞고 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삼성 정형식(59번)이 29일 KS 4차전 6회초 2사 2루서 대타로 나와 SK 투수 송은범(왼쪽 끝)이 던진 공에 다리를 맞고 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홈플레이트 영토분쟁 득과 실

“몸쪽 더 붙인다” VS “맞아서라도 나간다”
포스트시즌땐 사구가 경기 흐름 바꾸기도
삼성은 KS 대비 테니스공 맞는 연습까지
몸쪽승부 즐기는 투수에겐 오히려 유리


최근 동아시아 곳곳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만큼이나 치열한 영토분쟁의 현장이 있다. 투수와 타자는 모두 홈플레이트 안쪽을 지배하려고 한다. 몸쪽에 대한 쟁탈전은 바깥쪽 승부와도 관련 있기 때문에 양보할 수가 없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봅 깁슨은 “타자가 홈플레이트에 지나치게 붙는다면, 내 어머니라도 맞히겠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올해 한국시리즈(KS)에서도 몸쪽을 둘러싼 전쟁이 치열하다. 그 와중에 ‘사구’라는 부산물이 탄생하기도 했다.

○가을에는 맞아도 좋다!

28일 KS 3차전에서 삼성은 배영섭과 박한이가 사구 3개를 얻었다. 이 중 2번은 득점으로 연결됐다. 배영섭은 “멍이 좀 들었지만, 맞고서라도 나간다는 각오”라고 했다. 29일 4차전 6회초에도 삼성 정형식이 몸쪽 낮은 공을 피하지 않았다. 단기전에선 타자들이 홈플레이트 쪽으로 더 붙는 게 일반적이다. 정규시즌이라면 부상을 우려해 피했을 공도 눈을 질끈 감고 맞아버린다. 비단 삼성만이 아니다. 삼성 포수 진갑용은 “최정과 김강민 등 SK 타자들 역시 평소보다 안쪽으로 다소 들어와 있다”고 했다.

○반전의 계기 된 사구들

가을잔치에서 사구는 종종 반전의 계기로 작용한다. 대표적 사례가 1996년 플레이오프 현대 김인호의 헤딩 사건이다. 당시 쌍방울에 2연패로 몰렸던 현대는 3차전에서 김인호가 자신의 머리로 향한 김원형의 커브에 맞고 출루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했다. 이후 3연승. 이런 역사적 경험들은 투혼을 부추긴다. 이숭용 해설위원은 “내가 현대 주장이던 시절, KS에서 사비를 털어 사구 하나당 10만원씩을 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테니스공으로 뒤집기 훈련까지

이번 KS를 앞두고 삼성은 테니스공을 이용해 사구대처훈련을 했다. 공에 맞을 때 몸을 뒤로 살짝 틀면서 충격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뒤집기 훈련. 박한이는 “기술적, 심리적으로 모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뒤집기 투혼에도 룰은 있다. KS 3차전의 구심을 맡은 최규순 심판은 김상수(삼성)에게 “너무 들이밀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타자가 고의적으로 공에 맞았다고 판단하면, 심판은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을 때는 스트라이크, 아닌 경우에는 볼을 선언한다.

○몸쪽 승부 즐기는 투수에게는 오히려 땡큐!

몸쪽 공은 실투시 장타와 사구의 위험이 동시에 있다. 타자가 홈플레이트에 붙으면, 경험이 적은 투수를 압박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SK 이광근 수석코치는 “몸쪽 승부를 즐기는 노련한 투수 입장에선 타자가 홈플레이트로 붙으면 더 편하다”고 했다. 대표적 경우가 SK 채병용. 비록 2차전에선 부진했지만, 승부사 기질이 다분해 몸쪽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SK 조웅천 투수코치는 “이미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부터 성준 투수코치님이 과감한 몸쪽 승부를 강조하셨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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