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이 된 제로톱…무적함대 스페인 적수가 없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7월 3일 07시 00분


스페인 유로 2연패 원동력

가짜 9번…최전방 공격수 없는 축구
패스성공률 80%·점유율 59% 막강
사비-이니에스타 중원 장악이 큰 힘
풀타임 거미손 카시야스 단 1실점만
첫 메이저 3연패…역대 최강팀 우뚝


‘천하무적’ 스페인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스페인은 2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12 결승전에서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이탈리아를 4-0으로 대파하고 사상 첫 유로 2연패에 성공했다. 월드컵 우승(2010남아공월드컵)을 포함한 메이저 대회 3연패의 신기록. 스페인은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며 축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팀 중 하나로 기록됐다. 스페인은 전반부터 이탈리아의 골문을 매섭게 노렸다. 첫 골은 전반 14분 나왔다. 이니에스타의 침투 패스를 받은 파브레가스가 수비수를 한 명을 제치며 크로스를 올렸다. 실바는 빠른 크로스에 머리를 맞추며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호르디 알바는 전반 41분 사비 에르난데스의 침투패스로 맞이한 기회에서 추가골을 넣었다. 후반 39분과 43분에는 교체 투입된 토레스와 마타가 골망을 흔들며 스페인의 우승을 자축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체력 열세와 후반 중반 모타가 부상으로 들려나가면서 수적 열세를 딛지 못하고 완패했다.

○델 보스케 감독의 용병술

비센테 델 보스케(62) 감독은 유로2008을 우승으로 이끈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의 후임이다. 아라고네스의 업적을 토대로 자신의 축구 철학을 덧붙였다. 패스 축구와 점유율을 높이고자 했다. 4-4-2 전술을 버리고 4-3-3 전술을 채택했다. 스페인의 자랑 사비-이니에스타-사비 알론소가 중원을 지켰고,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파브레가스도 힘을 얻었다.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스페인은 유로2012에서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탁월한 미드필더 조합과 공수에서 안정적인 전력을 보유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들은 유로2008과 남아공월드컵을 우승으로 이끈 핵심 전력이었다. 그러나 불안 요인도 있었다. 주전 공격수 비야와 푸욜이 부상 낙마했다. 공격과 수비의 핵심이 탈락한 셈. 토레스와 기타 공격 옵션은 부진한 모습이었다. 델 보스케 감독의 선택은 ‘제로(0) 톱’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를 배제했다. 파브레가스는 ‘가짜 9번(false9)’ 역할을 맡으면서 미드필더에 힘을 보탰다. 단점도 있었다. 유로2008 보다 화력이 떨어졌다. 포르투갈과 4강전을 마치고 빈약한 득점력이 도마에 올랐다. 제로 톱은 ‘미래 축구’ 논란을 가져오는 등 비판도 거셌지만, 델 보스케 감독은 이에 아랑곳 않고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전술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황금세대 이룩한 두꺼운 선수층

스페인의 전성기는 ‘황금 세대’로 일컬어지는 최고의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비와 이니에스타는 자타공인 최고의 ‘패스 마스터’다. 사비는 모든 패스의 시발점이었다.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사비는 유로2012에서 총 620개의 패스를 시도했다. 531개를 성공시키며 86%의 성공률을 올렸다. 2위를 차지한 팀 동료 사비 알론소보다 2% 높은 수치다. 3위 안드레아 피를로(이탈리아)보다 80개를 더 시도했고, 10% 더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유로2008 최우수선수였던 사비는 이번 대회에서도 숨은 영웅이다.

이니에스타는 좀 더 공격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6경기에 출전 1도움에 그쳤지만, 직간접적으로 대다수의 득점에 간여했다.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올린 실바의 득점도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통해 시작됐다. 이니에스타는 유로2012 경기에서 3차례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유로2012 최우수선수도 당연 그의 몫이었다. ‘최후의 보루’ 이케르 카시야스는 6경기 모두 풀타임 출전했다. 실점은 단 1점. 137번째 A매치였던 결승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100번째 승리를 거뒀다. 숱한 선방으로 스페인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점유율과 패스 축구

제로 톱의 핵심은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는 것이다. 토레스 등 공격수를 제외하고 미드필더 숫자를 늘렸다. 수비 4명을 제외한 나머지 필드플레이어 6명이 미드필더로 나섰다. 짧고 간결한 패스와 조직력이 극대화됐다. 스페인 미드필더는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공 점유율을 높였다.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 간수에 주력했다. 상대의 점유율이 급속히 낮아졌다. 공격 기회가 차단됐다. 상대 국가는 기가 꺾였고, 전술 운용이 흐트러졌다. 스페인 축구에 말린 몇몇 국가들은 별다른 찬스를 만들지도 못하고 완패했다. 아일랜드는 조별리그에서 0-4로 패했다. 정상적인 경기 운용이 불가능해지면서 혼쭐이 났다. 결승전에 나선 이탈리아도 스페인의 점유율-패스 축구에 말려들었다. 스페인은 6경기에서 80%의 패스 성공률과 59%의 높은 공 점유율을 차지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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