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김현수-강정호, 선수가 뽑은 ‘올스타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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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2일 07시 00분


“김현수-강정호 적수 없다”…57표 최다
이승엽은 55표 차점…정근우 등 뒤이어


부상 류현진 웨스턴리그 투수 올스타에
‘선수가 인정한 선수’ 박희수 베스트 이변
37표 넥센 포수 허도환, 팬투표 이어 1위


선수는 선수가 알아보는 법이다. 스포츠동아는 7월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2012 팔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앞서 ‘선수들이 뽑은 2012 올스타’를 선정했다. 현재 진행 중인 ‘2012 팔도 프로야구 올스타 인기투표’의 구단별 후보 80명 가운데 79명이 이번 투표에 참가했다. 부상 정밀검진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한 웨스턴리그 외야수 부문 후보인 LG 이진영만 불참했다. 일부 무응답과 복수응답도 포함됐다. 또 같은 팀 선수에게는 투표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김현수-강정호 최다득표 공동 1위

18일 발표된 올스타 인기투표 3차 집계 기준으로 최다득표자는 총 47만6550표를 얻은 롯데 강민호였다. 그러나 선수들이 뽑은 올스타의 결과는 달랐다. 두산 김현수와 넥센 강정호가 57표씩 받아 최다득표의 영예를 안았다. 강민호도 이스턴리그(삼성·SK·롯데·두산) 포수 부문에서 52표로 포지션별 베스트에 선정됐지만, 최다득표에는 5표 모자랐다.

강정호에게는 경쟁자가 없었다. 올 시즌 거포로서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홈런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그에게 선수들의 표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같은 포지션 후보인 KIA 김선빈, LG 오지환, 한화 이대수도 일부 표를 나눠가졌지만 웨스턴리그(KIA·LG·한화·넥센) 유격수 부문에서 57표를 강정호가 획득했다.

올해 ‘타격기계’의 명성을 되찾은 김현수도 8개 구단 선수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았다. 투표에 참가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스턴리그 외야수 올스타로 그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모 선수는 “타석에 있는 (김)현수를 보고 있으면 ‘정말 잘 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스턴리그 외야수 부문에서) (김)현수 이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돌아온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불과 2표차로 아깝게 최다득표 차점자(55표)가 됐다. 선수들이 보기에도 그는 여전히 최고의 타자였다. 팬 투표에서도 많은 표를 얻고 있어 삼성에서 유일하게 올스타 베스트10(지명타자 부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그 뒤를 SK 정근우(54표·최다득표 4위)와 LG 박용택, 롯데 박종윤(53표·공동 5위)이 이었다.



○팬심=선수심? 통했다? 안 통했다?

팬 투표나 선수단 투표나 결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대한민국 에이스’ 한화 류현진은 시즌 초반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다 등 근육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갔음에도 팬들(46만표)과 선수들(46표)에게 많은 표를 얻고 있고, 얻었다. 공·수·주 어느 한 군데 빠지지 않는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 역시 팬과 더불어 선수들의 표심을 한 몸에 얻었다. SK 최정도 팬 투표에선 롯데 황재균과 5000표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선수단 투표에선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팬심’과 ‘선수심’이 엇갈린 경우도 있었다. 넥센 이택근은 팬 투표에서 KIA 이용규에게 밀렸지만 선수단 투표에선 당당히 외야수 한 자리를 꿰찼다. LG 이병규, 이진영과 함께 웨스턴리그 외야수 베스트3에 뽑혔을 뿐 아니라 3명 중 가장 많은 표(45표)를 받았다. 같은 리그 3루수 부문에서도 올 시즌 LG의 신(新)개념 4번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는 정성훈이 KIA 이범호 대신 베스트10에 뽑혔다.

○SK 박희수에 몰표 준 선수들

선수단 투표 결과에서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SK 박희수였다. 사실 오롯이 팬 투표로만 진행되는 올스타는 일부 인기구단 선수들의 전유물과 같다. 그러나 선수가 뽑은 올스타 결과는 달랐다. 인고의 세월을 거쳐 기량을 꽃 피우고 있는 선수에게, 같은 선수로서 많은 표를 보내며 독려했다.

박희수는 2006년 SK에 입단했지만 1군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올해는 정우람과 함께 필승계투조로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선수들도 그를 올해의 올스타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팬 투표에선 26만표로 롯데 송승준에 이어 2위지만 선수단 투표에선 38표를 받아 이스턴리그 투수 부문 베스트10에 등극했다.

비록 차점자였지만 넥센 서건창의 분전도 눈에 띠었다. 서건창은 2008년 LG 신고선수로 입단했다가 방출됐고, 군대를 다녀온 뒤 2011년 다시 신고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올 시즌 주전 2루수로 맹활약하며 신인왕까지 노리고 있다. 선수들도 몇 번이고 문을 두드려 제2의 야구인생을 연 그에게 표를 던졌다. 비록 웨스턴리그 2루수 부문 베스트10의 영광은 KIA 안치홍(37표)에게 돌아갔지만 서건창이 4표차(33표)로 추격하며 양 리그를 통틀어 가장 치열하게 경합했다.

이뿐만 아니다. 유니폼만 바꿔 입었을 뿐인데 180도 달라진 넥센 박병호도 1위 한화 김태균(38표)에 6표차로 웨스턴리그 1루수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첫 풀타임 선발로 뛰고 있는 두산 이용찬 역시 이스턴리그 투수 부문에서 SK 박희수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표(25표)를 얻었다.

○넥센 허도환 팬 투표 1위 선수단 투표도 1위

올스타 투표의 재미는 ‘반전’이다. 팬 투표에서 이변의 주인공은 단연 넥센 허도환이었다. 1차부터 3차 집계까지 줄곧 웨스턴리그 포수 부문 1위(43만3687표)를 달리고 있다. 넥센 김시진 감독마저 그의 올스타 1위 소식에 “알바를 쓰는 게 아니냐”고 의심(?)했을 정도다. 이는 선수단 투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허도환은 KIA 김상훈, LG 심광호, 한화 신경현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웨스턴리그 포수 부문에서 올 시즌 눈에 띄는 선수가 별로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허도환은 지난달 28일 2군으로 내려갔지만 19일 1군에 복귀했고, 이튿날 잠실 두산전에 선발 출장해 ‘핵잠수함’ 김병현의 한국무대 첫 승을 거들며 주목을 받은 만큼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김현수. 스포츠동아DB
김현수. 스포츠동아DB

▶ 두산 김현수 최다득표 소감

다른 사람도 아닌 선수들이 직접 뽑아준 것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형들이 많이 예뻐해 주는 것 같다. 장비(배트)를 많이 풀어서 그런가?(웃음) 대표팀을 할 때나 시즌을 치르면서도 그냥 후배로서 할 일만 하는 건데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다. 내가 솔직히 (강)정호처럼 홈런을 많이 치거나 시즌 성적이 확 좋은 건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뽑아주신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강정호. 스포츠동아DB
강정호. 스포츠동아DB

▶ 넥센 강정호 최다득표 소감

선수들로부터 많은 표를 받았다는 게 영광이다. 솔직히 실력보다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다’는 생각부터 든다.(웃음) 농담이고, 쟁쟁한 후보가 있었을 텐데 인정을 받은 것 같아 큰 힘이 된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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