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원활한 방법 많았는데…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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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일 07시 00분


‘이때만 해도….’ 선동열 감독(왼쪽)은 KIA 사령탑에 취임한 직후 팀 최선참인 이종범과 광주구장에서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그러나 스프링캠프를 거친 뒤 선 감독은 이종범이 후배를 위해 길을 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을 굳혔다. 스포츠동아DB
‘이때만 해도….’ 선동열 감독(왼쪽)은 KIA 사령탑에 취임한 직후 팀 최선참인 이종범과 광주구장에서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그러나 스프링캠프를 거친 뒤 선 감독은 이종범이 후배를 위해 길을 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을 굳혔다. 스포츠동아DB
총대 멘 선감독의 리더십 스타일

개인보다 팀…양준혁 박진만 등도 전력배제

미래 위해 젊은선수 육성…팀 장악 효과도
“이종범, 고향팀서 지도자 수업 좋은 방법”


이종범의 전격 은퇴를 바라보는 야구계의 여론을 들어보면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가치 판단을 떠나 “선동열 감독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할 수 있었겠는가?”이다. 이종범의 상징성을 빗댄 얘기이자, 선 감독의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적한 언급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선 감독을 잘 아는 야구계 인사들은 “선 감독의 리더십 스타일을 고려하면 저렇게 하는 쪽이 오히려 일관적”이라고 평한다.

○개인적 정(情)보다 팀

선동열 감독과 이종범이 어떤 관계인가. 1993년 이종범의 해태 입단부터 한국시리즈 우승 동지였다. 선 감독이 1996년 일본 주니치로 떠나자 이종범이 1998년 그 뒤를 따라 또 한솥밥을 먹었다. 선 감독과 이종범은 이상훈(전 LG)과 의기투합해 일본에서도 1999년 센트럴리그 우승을 합작해냈다. 선 감독과 이종범은 심지어 음반도 함께 낸 사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하늘같은’ 선 감독이 단호함을 보였기에 이종범의 은퇴 결심도 당겨졌을 것이다. 선 감독 체제에서 ‘버티기’는 인간적 의리나 명분에 걸쳐 부담이 컸을 터이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 사령탑 시절 선 감독이 양준혁과 박진만을 2선으로 물러나게 만든 전례를 떠올려보면 (본인의 은퇴 결심을 촉발한) 이종범에 대한 전력 배제 방침은 일관성을 지닌다. 양준혁은 2010시즌 중반 은퇴를 선언했고, 박진만은 2010년 말 SK로 이적했다. 둘은 선 감독이 삼성 사령탑에 취임해 첫 2년(2005∼2006년)을 우승할 때의 공신들이었다. 특히 양준혁은 ‘TK 야구’의 상징적 존재였다. 그러나 이종범이든, 양준혁이든 선 감독의 카리스마를 능가할 순 없었다.

○SUN의 현장주의&실적주의

그렇다면 선동열 감독은 왜 저렇게 총대를 메었을까? 이종범에 대한 은퇴 유도는 그간 구단도 섣불리 매듭짓지 못한 사안이었다. 사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선동열식 리더십 자체가 성립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선 감독의 철칙은 현장주의와 실적주의로 요약된다. “오직 내 눈으로 본 것을 믿는다”는 선 감독의 다짐 속에는 이름값을 따지지 않겠다는, 선수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배어 있다. 김상수를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박진만을 쓰지 않은 것처럼, 현재 KIA의 구도에서 이종범보다 젊은 선수를 육성하는 편이 팀의 미래를 위해 낫다고 본 셈이다. 또한 이런 결단은 KIA의 여타 중견급 선수들에게 팀의 진짜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각인시키는 팀 장악의 효과도 발휘할 것이다.

선 감독은 1일 이종범의 은퇴와 관련해 “더 원활하게 마무리될 수 있는 방법이 많았는데 많이 아쉽다. 최고의 선수였기 때문에 최고의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겠나. 고향팀에서 지도자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그 역시 편치 않은, 복잡한 심경의 단면을 드러냈다.

■ 주변 코멘트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
(의외라는 듯) 왜 그랬어? 어제 뉴스 보고 알았어. 세월이 흐르면 (은퇴도) 할 수 없는 거지. 섭섭하고 그런 거는 있을 거야. 구단과 감독이 (입장이) 그랬다면 할 수 없는 거지. 지금이야 (마음이) 그렇겠지만 어차피 야구를 안 하고 살 거면 모를까, 빨리 마음 추슬러서 누구나 (언젠가 은퇴하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후배들 위해서 새롭게 출발했으면 좋겠어. 스타 출신이라 (계속) 해도 될 것 같은 마음 있겠지만 판단은 감독과 구단이 하는 것이고. 후배들 잘 이끌어주는 것도 우리 야구에 기여하는 것이야. (2006년 WBC 때 같이 했는데) 리더십도 있는 선수였어.

○삼성 류중일 감독=야구 참 잘한 선수였어요. (아쉬워하며) 참 잘 했는데…. 그런데 내 개인적인 지론은 나이 들어서 주전 아니면 그만둬야 한다고 봐요. 그래도 후회 없이 야구하지 않았나 싶어요.

○삼성 이승엽=아쉽고 슬픕니다. 형이 백넘버 7번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더 보고 싶었는데…. 어제 소식 듣고 문자를 보냈더니 전화 왔더라고요. 형의 은퇴가 아직 와 닿지 않고요. 다시 한번 그라운드에서 싸우고 싶었는데 시범경기가 마지막일 줄 몰랐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역대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하고요. 나에게는 너무나 높은 곳에 있는 선배이자 스타플레이어였음에도 국가대표를 함께 하면서 정말 좋은 형, 동생으로 지냈습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넥센 김시진 감독=토요일 저녁에 TV 자막 뉴스 보고 소식을 들었어요. 깜짝 놀랐죠. 구단도, 코칭스태프도, 선수도 각기 입장과 사정이 있지 않았겠나 싶네요.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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