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V리그 스펀지] 프로배구 기록원 “선수들 억대연봉? 내 손에 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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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0일 07시 00분


드러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조연들. 코비스(KOVIS) 요원이 있어 프로배구의 방대한 기록 작업이 가능하다. 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올스타전이 끝난 뒤 요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회, 이미순, 황경진, 정지영 씨. 
수원|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드러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조연들. 코비스(KOVIS) 요원이 있어 프로배구의 방대한 기록 작업이 가능하다. 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올스타전이 끝난 뒤 요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회, 이미순, 황경진, 정지영 씨. 수원|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찰나의 시그널 판단…룰 숙지 기본
대부분 선수출신·심판 자격증 소지
기록 하나가 선수연봉 직결 책임감
하루 8시간씩 전쟁… 화장실? 참죠!


기록 스포츠의 대명사로 야구가 꼽힌다. 배구도 못지않다. 세트가 끝날 때마다 각 선수 별 득점과 각종 성공률 등이 빼곡하게 담긴 기록지가 나온다. 누적된 기록을 보면 선수의 장단점을 훤히 알 수 있다. 이런 방대한 작업이 가능한 건 기록원들 덕분이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조연 기록원들의 세계를 조명한다.

● 코비스 요원의 세계

프로배구 기록원들을 코비스(KOVIS) 요원이라 부른다. 코비스 요원은 개인기록원과 전산입력원으로 나뉜다. 개인기록원은 경기 중 직접 콜(call)을 하고 손으로 기록한다. 입력원은 기록원의 콜을 듣고 전산 프로그램을 사용해 문자중계를 한다. 한 경기에 기록원 3명, 입력원 3명 등 6명이 투입된다.

본부석 기준으로 왼쪽이 A코트, 오른쪽이 B코트인데, A코트 엔드라인에 2명, B코트 엔드라인에 4명의 요원이 앉는다. 경기장 상황에 따라 사이드라인에 앉을 때도 있다.

요원 대부분은 선수 출신이다. 선수들이 하는 공격 패턴 등을 순간적으로 잘 파악해야 정확한 콜이 가능하다. 빠른 속도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약어를 쓴다. “R5, S3, W7”이라고 콜을 했다면 ‘5번 리시브(R), 3번 세트(S), 7번 후위공격(W)’이라는 뜻이다. 블로킹에 B를 쓰기 때문에 구별을 위해 후위공격은 W로 부른다.

심판 자격증이 있는 요원들도 많다. 서브 로테이션 폴트나 선수 교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요원은 즉시 경기감독관에게 알려야 한다. 배구 규정과 규칙을 모르고는 불가능하다. 세화여고 선수 출신 전산입력원 안현혜(30) 씨는 “찰나에 심판의 시그널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도 룰 숙지는 필수다. 대부분이 심판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예전에는 요원들의 주장이 무시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심판이나 감독관이 권위를 내세워 요원들의 지적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기록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런 불합리한 일은 많이 사라졌다.

V리그 올스타전에서 바쁘게 기록 작업을 하고 있는 코비스(KOVIS) 요원들. 수원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V리그 올스타전에서 바쁘게 기록 작업을 하고 있는 코비스(KOVIS) 요원들. 수원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6명이 2경기 전담 “화장실도 못가요”

요원들은 말 못할 고충도 있다. 하루에 남여 각 1경기씩 열리는 데 6명이 2경기를 모두 커버한다.

경기시작 2시간 전에 도착하게 돼 있으니 7∼8시간을 꼬박 한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셈. 경기 중에는 절대 자리를 비울 수 없어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현대건설 센터 출신 개인기록원 이명희(34) 씨는 “이제는 습관이 돼 화장실 가지 않고도 4∼5시간은 문제없다”며 웃었다.

요원들은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씨는 “선수 때는 내가 포인트를 얼마나 냈고 성공률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만 했을 뿐 어떻게 해서 이런 기록들이 나오게 됐는지 생각해 본적이 없다. 이 일을 하며 요원들이 있기에 체계적인 기록 관리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프로에서는 이런 기록 하나하나가 연봉 책정에까지 반영이 된다. 블로킹 하나 콜을 할 때도 내가 틀리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큰 책임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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