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닥치고 공격’은 분데스리가 쇼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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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6일 07시 00분


▶ 올 시즌 K리그의 화두 ‘닥공 축구’ 선구자 전북 최강희 감독은 롤 모델로 독일 출신 오토 레하겔 감독을 꼽았다. 최 감독이 4일 챔프전 2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트로피를 든 채 기뻐하고 있다. 전주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올 시즌 K리그의 화두 ‘닥공 축구’ 선구자 전북 최강희 감독은 롤 모델로 독일 출신 오토 레하겔 감독을 꼽았다. 최 감독이 4일 챔프전 2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트로피를 든 채 기뻐하고 있다. 전주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독일서 공부하며 ‘공격 축구’ 눈뜨다

안방서 강팀 상대 대패해도 끝까지 공격
“감독 되면 그런 팀 만들고 싶었다” 다짐
약팀 이끌고 우승…레하겔감독 가장 존경


2011시즌 K리그를 평정한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는 히트상품이다. 대부분 사령탑이 시즌 개막 전에는 “공격 축구를 하겠다”는 뜻을 드러내지만 이를 현실로 옮기기에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전북은 그렇지 않았다. 늘 공격적인 패턴을 90분 내내 이어갔다.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여기에는 비밀이 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이 이상적인 지도자상으로 꼽은 누군가로부터 강렬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전북을 공격적으로, 최 감독을 공격적인 지휘관으로 만든 이는 누구였을까.

○오토 레하겔의 정신을 받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이끄는 알렉스 퍼거슨도, 전북이 가장 닮고 싶은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호셉 과르디올라도 아니다. 최 감독은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독일 출신의 오토 레하겔(74·사진) 감독을 꼽는다. 작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승 제물이었던 그리스대표팀을 이끌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왜 레하겔을 꼽았을까. 이유는 장인 정신이다. 약체를 강호로 엮어낼 수 있는 비법,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한 능력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2005년 7월,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만 해도 전북은 프로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체계가 엉망이었고, 제대로 관리 받지 못했다. 그런 팀이 아시아 정상을 넘보는 K리그 최정상으로 발돋움했으니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레하겔의 발자취도 최 감독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81년 독일의 약체 팀에 불과했던 베르더 브레멘을 이끌게 된 레하겔은 분데스리가 2부에서 1부로 승격시킨 뒤 우승 한 차례와 준우승 3차례를 일궜다. 레하겔은 1996년 카이저슬라우테른을 1997년 2부에서 1부로 끌어올린 뒤 1998∼1999시즌 우승을 했다. 유로2004 패권을 가져간 그리스의 사령탑도 레하겔이었다. 레하겔은 ‘수비 축구’의 대명사로 알려지지만 최 감독은 그가 팀을 이끈 정신을 존경하고 있다.

○닥공 축구의 영감을 받다


레하겔의 체취가 고스란히 남은 독일을 축구의 이상향으로 꼽아서일까. 시즌 중 최 감독은 기자를 만날 때면 자신이 둘러봤던 분데스리가의 분위기를 거론하곤 했다. 1993년 현역에서 떠난 그는 틈나는 대로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축구 경기를 관전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장소로 독일을 꼽았다. “최하위 팀이 명문 바이에른뮌헨을 상대로 전혀 굽히지 않더라. 굉장한 ‘닥공 축구’였다. 결국 0-5로 대패했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약체 팀의 홈이었다. 감독이 되면 그런 팀을 만들고 싶었다.”

전북에서 최 감독은 레하겔의 정신에, 독일 축구의 공격적인 색채를 입혔다. 홈 팬들에 축구의 묘미를 알려야한다는 의무감이었다. 모험일 수 있었지만 ‘안방=공격’이란 등식을 심어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홈 승률은 흥행과 직결된다. 엉금엉금 기어서 라커룸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츰차츰 팀도 변했다. 수치가 이를 보여준다. 부임 2년차였던 2006시즌 24골(34실점)로 11위에 머문 전북은 8위였던 2007년 36득점(32실점)으로 1위 포항(35득점)보다 높았고, 2008년 41득점(39실점)으로 4위, 2009년에는 62득점(34실점)으로 1위가 됐다. 작년에도 57득점(37실점)으로 3위를, 올해는 71골(34실점)을 뽑았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말이 있다. 전북이 이런 축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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