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F1 D-3]한국 첫 F2 드라이버 문성학 “F1 드라이버 꿈 8분능선 넘어 비용 어려움 딛고 2년내 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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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F2 드라이버 문성학(21·성균관대·사진)은 카레이싱 본고장에서 본격적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해외유학파 1세대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11세 때 처음 카트를 탄 그는 2003년 중학생 신분으로 성인 카트 무대를 평정했다. 문성학의 등장으로 초등생들의 조기 성인 무대 진출 시대가 열렸다. 그는 “미하엘 슈마허는 6세 때 처음 카트를 탔다. 나는 한국에선 최초였지만 오히려 늦은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신사중 2학년 때 모터스포츠의 메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주중엔 영국 학교에서 공부했고 주말엔 비행기를 타고 이탈리아로 넘어가 카트 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소속팀인 CRG는 현 F1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26·영국·맥라렌)을 배출한 이탈리아 카트 명문이다. 문성학은 “나름 한국 최고였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홀로 유럽 생활을 하며 상상할 수도 없었던 F1 드라이버의 목표를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유럽 카트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문성학은 2007년 영국 포뮬러(운전석이 오픈돼 있고 바퀴는 차체 밖으로 나와 있는 경주용 자동차) 르노시리즈에 한국 최초로 진출했다. 르노 시리즈는 F1∼F3 드라이버가 되려는 유망주들의 경연장이다. 르노 시리즈에서의 활약은 올해 F3를 건너뛰고 F2 진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F2는 F1의 전 단계. F1과 같이 24명의 드라이버만 활동하며 F1 서킷에서 경기를 펼친다. F2 드라이버는 F1 팀들의 스카우트 표적이 된다.

꿈에 그리던 F1 드라이버 바로 전 단계까지 도착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 포뮬러 르노시리즈를 한 시즌 뛰는 데는 차량 운영 및 관리, 연습장 대여, 타이어 교체 등 약 10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F2는 약 15억 원 이상 든다. 그것도 레이스 도중 사고가 안 난다는 전제하에서 산출한 비용이다.

유럽 정상급 드라이버들은 카트 시절부터 기업들의 후원을 받으며 성장한다. 반면에 문성학은 지금까지는 건설업을 하는 아버지가 전액 비용을 대왔다. F1 드라이버가 되는 그날까지 엄청난 비용을 자비로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레이싱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기업 후원 없이 F1 진출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문성학은 “F1까지 87% 정도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최초라는 동기가 없었다면 못 버텼을 것이다. 반드시 이겨내 2년 안에 F1에 진출하겠다”고 다짐했다.

파주=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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