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직구는 선동열급…日서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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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7시 00분


삼성 오승환이 마무리에 대한 모든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려 하고 있다. 오승환은 올해 세계 최소경기 200세이브 달성에 이어 
2006년 자신이 세운 국내프로야구 시즌 최다 47세이브 기록에도 다가서며 ‘1등 삼성’의 확실한 수호신 역할을 해내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삼성 오승환이 마무리에 대한 모든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려 하고 있다. 오승환은 올해 세계 최소경기 200세이브 달성에 이어 2006년 자신이 세운 국내프로야구 시즌 최다 47세이브 기록에도 다가서며 ‘1등 삼성’의 확실한 수호신 역할을 해내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 신기록을 던지는 끝판대왕…오승환은 얼마나 강할까

철저한 자기관리·절제로 부활
시즌 최다 S 아시아 신기록 -3
22연속경기 세이브 행진 활약

“직구는 선동열 전성기와 엇비슷
日서 정상급 마무리로 통할 것”
오치아이 삼성 투수코치 극찬

삼성 마무리 오승환(29)은 올시즌 44세이브로 화려했던 옛 명성을 되찾았다. ‘팔꿈치에 칼까지 댄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히 재기해 세이브 관련 각종 기록들을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이제 2006년 자신이 작성한 시즌 최다 47세이브의 경신도 가능해졌다.

세계 최소경기 개인통산 200세이브를 달성한 데 이어 또 하나의 금자탑이다. 7월 5일 문학 SK전부터 이어오고 있는 연속경기 세이브도 이 부문 국내최고기록이다. 25일까지 국내최장인 22연속경기 세이브 행진 속에 51경기에서 1승44세이브, 방어율 0.67의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연이은 부상과 수술의 여파로 지난 2년간 부진의 터널을 지나야 했던 그가 전성기로 평가받는 2006∼2007년에 버금가는 마무리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신기록을 던지는 마무리’로 거듭난 오승환의 비결을 현장의 육성으로 짚어봤다.
● 철저한 자기관리의 승리

삼성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는 올해로 2년째 오승환을 지켜보고 있다. 누구보다 가까운 위치에서다. 오치아이 코치는 “부상으로 수술 받고 공을 못 던지던 시기에 굉장히 열심히 훈련했다. 작년 마무리 캠프 때는 젊은 선수 위주의 (강도 높은) 훈련을 잘 따라갔다. 또 본인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다. 종종 (훈련을) 방해하는 선수들이 꼭 있게 마련인데 흔들리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올 시즌 부활의 으뜸 비결로 철저한 자기관리와 절제를 꼽았다. 오치아이 코치는 이어 부활의 직접적 비결에 대해선 “모든 타자가 오승환의 직구에 타이밍을 잡고 있지만 못 친다. 그만큼 오승환이 던지는 직구의 질이 좋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주말 또 한 차례 오승환을 상대한 넥센 선수들의 견해도 비슷했다. 불투명한 재활에 매달리고 있던 오승환을 대신해 지난해 구원왕을 꿰찼던 넥센 마무리 손승락은 “부상 재발에 대한 공포 없이 던질 수 있도록 자기관리를 잘해왔기에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고 평했다. 넥센의 간판타자 송지만도 “오승환의 볼은 2006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위력적이다. 직구 위주의 승부 패턴도 똑같다. 하지만 부상과 어려움을 이겨낸 자신감이 올해 오승환을 더 강하게 만든 것 같다. 또 수술 후 몸관리와 유지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잘 실천하고 있는 사실도 올시즌 오승환이 신기록을 계속 내고 있는 힘이라고 본다”고 추켜세웠다.
‘국보급 투수’ VS ‘끝판대장’

삼성 오치아이 코치는 ‘국보급 투수’ 선동열(전 삼성 감독)이 일본 주니치에서 마무리로 철옹성을 자랑하던 시절(1996∼1999년)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현재 주니치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도 당시에는 셋업맨이었다. 우완 오치아이-좌완 이와세가 마무리 선동열 앞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했다. ‘전성기의 선동열’을 기억하는 오치아이 코치는 “오승환의 직구는 선동열 감독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선 감독은 범접하기 힘든 슬라이더를 던졌다”고 비교 분석했다. 오치아이 코치는 또 “오승환의 직구가 아웃코스로만 집중돼 일본 타자들이 어떻게 공략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태만 놓고 봐도 후지카와 규지(한신), 이와세 못지않게 일본에서도 정상급 마무리로 대접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은 올해부터 반발력이 떨어지는 공인구를 사용하고 있어 일본에 가더라도 오승환은 충분히 통한다”고 진단했다.

선동열 전 감독과 함께 한 시절을 풍미한 넥센 김시진 감독은 “오승환은 투구폼 자체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유리하다. 다른 투수들은 킥 동작에서 바로 팔이 넘어오는데 오승환은 반 박자 느리게 넘어온다”고 마무리 오승환의 강점을 언급한 뒤 “직구만은 선동열 감독만큼 위력적이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선동열 감독이 더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줬다”고 촌평했다. 오치아이 코치처럼 김 감독도 오승환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경이로운 세이브 퍼레이드

오승환이 올시즌 달성한 세이브 관련 기록들은 경이, 그 자체다.

51경기에 나섰지만 실점은 고작 4차례, 그나마도 1실점씩에 불과했다. 나머지 47경기는 무실점으로 확실히 틀어막았다. 블론세이브도 딱 한 차례, 5월 20일 대구 두산전에서였다. ‘무결점’에 가까운 마무리퍼레이드를 진행 중이다. 10세이브·20세이브·30세이브 고지를 최소경기타이기록으로 올랐고, 40세이브는 최소경기신기록으로 넘어섰다. 또 개인통산 세이브 부문 역대 2위인 구대성(전 한화)의 214세이브에는 현재 5세이브차로 접근해 있다.

올해 일본은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의 양대 리그를 통틀어도 40세이브를 거둘 마무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오승환은 2006∼2007년에 이어 시즌 40세이브를 찍었고, 이제 또 한번 아시아 최고의 소방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정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자신이 2006년 수확한 아시아 시즌 최다 47세이브를 스스로 깨는 것이다. 삼성의 시즌 잔여 9경기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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