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록을 던지는 끝판대왕…오승환은 얼마나 강할까 철저한 자기관리·절제로 부활 시즌 최다 S 아시아 신기록 -3 22연속경기 세이브 행진 활약
“직구는 선동열 전성기와 엇비슷 日서 정상급 마무리로 통할 것” 오치아이 삼성 투수코치 극찬 삼성 마무리 오승환(29)은 올시즌 44세이브로 화려했던 옛 명성을 되찾았다. ‘팔꿈치에 칼까지 댄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히 재기해 세이브 관련 각종 기록들을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이제 2006년 자신이 작성한 시즌 최다 47세이브의 경신도 가능해졌다.
세계 최소경기 개인통산 200세이브를 달성한 데 이어 또 하나의 금자탑이다. 7월 5일 문학 SK전부터 이어오고 있는 연속경기 세이브도 이 부문 국내최고기록이다. 25일까지 국내최장인 22연속경기 세이브 행진 속에 51경기에서 1승44세이브, 방어율 0.67의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연이은 부상과 수술의 여파로 지난 2년간 부진의 터널을 지나야 했던 그가 전성기로 평가받는 2006∼2007년에 버금가는 마무리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신기록을 던지는 마무리’로 거듭난 오승환의 비결을 현장의 육성으로 짚어봤다. ● 철저한 자기관리의 승리
삼성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는 올해로 2년째 오승환을 지켜보고 있다. 누구보다 가까운 위치에서다. 오치아이 코치는 “부상으로 수술 받고 공을 못 던지던 시기에 굉장히 열심히 훈련했다. 작년 마무리 캠프 때는 젊은 선수 위주의 (강도 높은) 훈련을 잘 따라갔다. 또 본인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다. 종종 (훈련을) 방해하는 선수들이 꼭 있게 마련인데 흔들리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올 시즌 부활의 으뜸 비결로 철저한 자기관리와 절제를 꼽았다. 오치아이 코치는 이어 부활의 직접적 비결에 대해선 “모든 타자가 오승환의 직구에 타이밍을 잡고 있지만 못 친다. 그만큼 오승환이 던지는 직구의 질이 좋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주말 또 한 차례 오승환을 상대한 넥센 선수들의 견해도 비슷했다. 불투명한 재활에 매달리고 있던 오승환을 대신해 지난해 구원왕을 꿰찼던 넥센 마무리 손승락은 “부상 재발에 대한 공포 없이 던질 수 있도록 자기관리를 잘해왔기에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고 평했다. 넥센의 간판타자 송지만도 “오승환의 볼은 2006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위력적이다. 직구 위주의 승부 패턴도 똑같다. 하지만 부상과 어려움을 이겨낸 자신감이 올해 오승환을 더 강하게 만든 것 같다. 또 수술 후 몸관리와 유지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잘 실천하고 있는 사실도 올시즌 오승환이 신기록을 계속 내고 있는 힘이라고 본다”고 추켜세웠다. ● ‘국보급 투수’ VS ‘끝판대장’
삼성 오치아이 코치는 ‘국보급 투수’ 선동열(전 삼성 감독)이 일본 주니치에서 마무리로 철옹성을 자랑하던 시절(1996∼1999년)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현재 주니치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도 당시에는 셋업맨이었다. 우완 오치아이-좌완 이와세가 마무리 선동열 앞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했다. ‘전성기의 선동열’을 기억하는 오치아이 코치는 “오승환의 직구는 선동열 감독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선 감독은 범접하기 힘든 슬라이더를 던졌다”고 비교 분석했다. 오치아이 코치는 또 “오승환의 직구가 아웃코스로만 집중돼 일본 타자들이 어떻게 공략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태만 놓고 봐도 후지카와 규지(한신), 이와세 못지않게 일본에서도 정상급 마무리로 대접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은 올해부터 반발력이 떨어지는 공인구를 사용하고 있어 일본에 가더라도 오승환은 충분히 통한다”고 진단했다.
선동열 전 감독과 함께 한 시절을 풍미한 넥센 김시진 감독은 “오승환은 투구폼 자체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유리하다. 다른 투수들은 킥 동작에서 바로 팔이 넘어오는데 오승환은 반 박자 느리게 넘어온다”고 마무리 오승환의 강점을 언급한 뒤 “직구만은 선동열 감독만큼 위력적이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선동열 감독이 더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줬다”고 촌평했다. 오치아이 코치처럼 김 감독도 오승환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 경이로운 세이브 퍼레이드
오승환이 올시즌 달성한 세이브 관련 기록들은 경이, 그 자체다.
51경기에 나섰지만 실점은 고작 4차례, 그나마도 1실점씩에 불과했다. 나머지 47경기는 무실점으로 확실히 틀어막았다. 블론세이브도 딱 한 차례, 5월 20일 대구 두산전에서였다. ‘무결점’에 가까운 마무리퍼레이드를 진행 중이다. 10세이브·20세이브·30세이브 고지를 최소경기타이기록으로 올랐고, 40세이브는 최소경기신기록으로 넘어섰다. 또 개인통산 세이브 부문 역대 2위인 구대성(전 한화)의 214세이브에는 현재 5세이브차로 접근해 있다.
올해 일본은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의 양대 리그를 통틀어도 40세이브를 거둘 마무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오승환은 2006∼2007년에 이어 시즌 40세이브를 찍었고, 이제 또 한번 아시아 최고의 소방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정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자신이 2006년 수확한 아시아 시즌 최다 47세이브를 스스로 깨는 것이다. 삼성의 시즌 잔여 9경기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