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생소한 강소국 돌풍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1일 2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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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츠와나, 그레나다, 세인트키츠 앤 네비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학생들에게 생생한 지리 공부의 기회가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평소 접하기 힘든 국가의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에 의지하는 가장 원초적인 스포츠라는 육상은 국력과 상관없이 뛰어난 개인이 성적을 낼 수 있다.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의 인구는 206만 명으로 이번 대회 개최 도시인 대구(250만 명)보다 적다. 인구의 30%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으며 에이즈 최다 감염국으로 알려졌다. 그런 보츠와나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육상선수권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지난달 29일 여자 400m 결선에서 맨 먼저 골인한 아맨틀 몬트쇼(28)였다. 전광판 꼭대기에 새겨진 그의 이름 옆에 표시된 'BOT'라는 국가명 영문 약어에 관중은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몬트쇼는 "국민의 성원에 감사드린다. 꿈나무들에게 희망이 될 것 같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인구가 서울시 중구(14만 명)보다 적은 10만 명에, 면적은 미국 워싱턴시의 두 배 정도인 작은 섬나라 그레나다의 키러니 제임스가 남자 400m 정상에 올랐다. 국내에는 1980년대 쿠데타와 미국 침공 등으로 알려졌던 그레나다라는 이름 넉 자가 새롭게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제임스는 우승 후보였던 미국의 라숀 메리트에 골인 지점 20m 전까지 뒤졌다가 무서운 스퍼트로 0.03초차의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인구가 5만 명밖에 안돼 지도에서 찾기도 힘든 카리브해의 세인트키츠 앤 네비스 출신 킴 칼린스는 최고 인기 종목인 남자 100m에서 35세의 노령에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인트 키츠 앤 네비스는 육상 강국 자메이카의 영향으로 단거리 인기가 높다.

육상과는 거리가 먼 줄만 알았던 뉴질랜드는 196cm, 120kg의 거구 발레리 아담스가 독보적이다. 영국인 아버지와 통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담스는 동유럽과 미국의 전유물이던 여자 포환던지기에서 세계선수권 3회 연속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동유럽 발트해 끝에 있는 에스토니아의 게르드 칸테르는 남자 원반던지기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202개 출전국 중 31일 현재 메달을 한 개라도 따 시상대에 오른 국가는 13.9%인 28개국에 불과하다. 개최국 한국을 비롯해 많은 스포츠 강국이 노메달로 침묵하고 있다. 생소한 육상 강소국(强小國)을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묘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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