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남자 400m 결선 관중석서 지켜본 박태환 “몸과 마음 쥐어짜는 종목” 동병상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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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을 맛본 챔피언…

‘극한의 무산소 운동’ 400m, 19세 신예 제임스 극적 역전승

수영 자유형 400m 세계 챔피언도 육상 400m 최강자 탄생 순간이 궁금했나 보다. ‘마린보이’ 박태환(22·단국대·사진)이 30일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결선을 지켜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 2007년 멜버른과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우승자인 박태환은 대구스타디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뒤 “어떻게 400m를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느냐”며 “육상은 정말 멋있다”고 말했다. “육상경기를 직접 보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라는 그는 “육상과 수영이 다르지만 힘들다는 점에선 같을 것이다. 물에서나 육지에서나 400m는 정말 애매모호한 종목이다. 빨리 치고 나가도 안 되고 너무 늦게 가도 안 되고 그래서 몸과 마음을 쥐어짠다”고 말했다. 대구 세계선수권 홍보대사인 박태환은 “한국 선수들이 결선에 한 명도 없어 아쉬웠다. 다음엔 꼭 한국 선수들이 결선에 올라 세계를 제패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남자 100m 결선 부정 출발 실격에 대해선 “나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부정 출발한 뒤 많이 배웠다. 볼트도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태환의 지적처럼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400m 결선에서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400m의 전설 마이클 존슨(미국)이 “(너무 괴롭기 때문에) 기도만 할 뿐 할 게 없다”라고 말했던 막판 50m에서 역전극이 펼쳐졌다.

19세의 신예 키라니 제임스(그레나다)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 챔피언 라숀 메릿(미국)을 극적으로 따돌리고 정상에 우뚝 섰다. 제임스는 마지막 100m 직선 주로에 접어들 때까지 2m가량 뒤졌지만 약 70m를 남겨두고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펼쳐 44초60을 기록해 메릿을 단 0.03초 차로 따돌렸다. 벨기에의 쌍둥이 스프린터 케빈 보를레와 조나단 보를레는 각각 3위(44초90)와 5위(45초07)에 올랐다.

400m는 육상 종목 중 가장 고통스러운 경기로 꼽힌다. 400m는 100m, 200m처럼 무산소 운동이다. 무산소 운동 중에서는 가장 장거리인 셈이다. 무산소 운동은 숨을 쉬지 않고 하는 운동이 아니라 외부 산소 공급 없이 몸 안에 축적된 산소만을 쓰는 운동을 말한다.

들이마신 산소를 태워서 에너지로 쓰려면 보통 40초, 격렬한 활동을 할 때는 50초 이상 걸린다. 몸 안에 저장된 산소로 달릴 수 있는 시간도 40초 이하다. 현재 남자 400m 세계 기록은 마이클 존슨이 세운 43초18. 결국 400m 선수들은 40초 후 3∼5초 동안에는 체내 산소를 다 써버린 채 외부 산소 공급도 없는 ‘에너지 제로’ 상태에서 달려야 한다.

한편 남자 800m에서는 ‘신기록 제조기’ 다비드 레쿠타 루디샤(케냐)가 첫 세계선수권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루디샤는 3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800m 결선에서 1분43초9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수단의 아부바케르 카키(1분44초41)가 은메달, 러시아의 유리 보르자콥스키(1분44초49)가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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