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난공불락 선동열, 역대 소방수 넘버원”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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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7시 00분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는 누구?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 긴급설문
“볼끝·결정구·컨트롤·담력까지 완벽”…21표 최다
“오승환 돌직구 위력 만큼은 선동열 앞서” 15표 2위
최다S 2위 구대성 4표…김용수·임창용3표씩 획득

역시 ‘아직까지는’ 선동열이다. 야구계 파워엘리트 50인 중 42%에 달하는 21명이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을 꼽았다. 현역 최고의 소방수로 꼽히는 삼성 오승환과의 비교 질문에도 31명(62%)이 선 전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스포츠동아DB
역시 ‘아직까지는’ 선동열이다. 야구계 파워엘리트 50인 중 42%에 달하는 21명이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을 꼽았다. 현역 최고의 소방수로 꼽히는 삼성 오승환과의 비교 질문에도 31명(62%)이 선 전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스포츠동아DB
마무리 투수는 결정적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배짱과 함께 빼어난 구위, 그리고 제구력을 갖춰야 한다.

강심장은 제구력과 연결된다. 아무리 제구가 좋은 투수라 하더라도 승패가 걸린 위기 순간에 자신이 원하는 곳에 볼을 뿌리려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마무리 투수는 아무나 하지 못한다. 그만큼 특수한 성격을 갖고 있다.

현재 몇몇 구단이 수년째 똑같이 마무리 부재에 시달리는 것도 그래서다. 마무리 투수가 갖는 매력은 그래서 더욱 크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소방수는 누구일까. 스포츠동아는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에게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마무리는 누구인지’ 물었다.

○오승환보다 선동열

선수의 최고 전성기를 기준으로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는 누구인가. 당신이 감독이라면 누구를 데리고 있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50명 중 21명의 응답자가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을 꼽았다. 그 뒤를 이어 최근 한·미·일 프로야구를 통틀어 최연소·최소경기 200세이브를 달성한 오승환(삼성)이 15표를 받았다. 역대 최다세이브 2위인 구대성(은퇴·214세이브)이 4표, 1위인 김용수(227세이브) 현 중앙대 감독과 야쿠르트 수호신 임창용이 똑같이 3표씩을 받았다. 정명원 현 넥센 2군코치를 지목한 응답자도 1명 있었다. 3명의 응답자는 “정말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며 유보 입장을 밝혔다.

첫 번째 질문이 불특정 다수 후보자를 놓고 설문을 실시한 것이라면, 다시 범위를 좁혀 ‘선동열 전 감독과 오승환, 둘 중 누가 더 좋은 마무리 투수인가’라고 물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47명 중 선동열 전 감독을 꼽은 응답자는 총 31명이었고, 오승환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6명이었다.

○왜 선동열인가?


KIA 이종범은 “오승환도 대단하지만 선동열 감독님의 볼끝이 더 좋았다”며 “특히 투구폼 자체가 왼쪽 어깨로 끝까지 공을 숨겨 가지고 나오는 스타일이었기에 매우 공략하기 어려웠다. 만약 선 감독님이 지금처럼 관리를 받는 1이닝 마무리였다면 정말 대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승환의 직구는 정말 위력적이지만 선 감독님의 슬라이더처럼 승부구로 던질 수 있는 변화구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오승환 직구의 경우, 지금 이종범이 아니라 전성기 이종범이었다면 타이밍을 맞춰 놓고 공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일성 KBS 해설위원은 “외모에서 풍기는 위압감이나 상대에게 주는 압박감 측면에서 선동열이 최고”라고 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물론 시대가 다르지만, 선동열은 구위는 물론 견제, 번트 수비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투수였다. 오승환은 힘이 있어 가운데로 넣어도 타자들이 못 치고 있지만, 선동열은 제구력까지 완벽한 투수였다”고 평가했다.

선 전 감독과 오승환은 묵직한 직구와 슬라이더라는 변화구를 던진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여기에도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롯데 가득염 코치는 “선 감독님은 슬라이더 한 구종을 던져도 그 종류가 3가지 정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제구가 낮게 되면서 타자들이 정말 치기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현역 시절 선 전 감독과 오승환을 모두 상대해 본 넥센 김동수 코치는 “마운드에서 주는 위압감을 떠올렸을 때 아직까지 선 감독님이 최고”라며 “오승환의 볼도 위력적이지만 그래도 손은 댈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선 감독님 공은 정말 손도 대기 힘들었다. 가장 치기 힘든 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당대를 대표하는 대투수 출신인 넥센 김시진 감독 역시 두 질문 모두 ‘선동열’이라고 답하며 “오승환도 물론 대단히 훌륭한 투수지만, 상대적으로 선 감독에 비해 약하다. 특히 변화구가 그렇다”고 했다. KIA 이강철 코치는 나아가 “슬라이더는 물론이고 직구만 놓고 보더라도 선 전 감독님이 더 뛰어나다고 본다”면서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를 던졌지만 두 구종 모두 최강이었다. 제구력도 흔들림이 없었고, 마무리 투수로서 마인드와 수비, 견제 동작도 완벽했다. 무엇보다 삼진을 잡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밝혔다. 삼성 진갑용은 “오승환은 대개 1이닝 밖에 안 던지지만 선 감독님은 길게도 던지면서 세이브를 따냈다는 점에서 우위로 볼 수 있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선동열, 김용수, 구대성은 선발로도 좋은 투수였고, 전문 마무리로 뛰었다면 모두 300세이브 이상을 할 수 있는 투수들이었다”는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베스트 컨디션으로 던졌을 때 선발이든, 마무리든 역대 최고 투수는 그래도 선동열”이라고 답했다.

○왜 오승환인가?


한화 한대화 감독은 “순수한 소방수 역할로만 봤을 때는 오승환이 역대 최고”라면서 “현재 진행형인 선수라 더 기대된다”고 했다.

SBS-ESPN 김용희 해설위원도 “선동열 전 감독의 최전성기 때와 비교했을 때 오승환이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 상대에 대한 압박감이나 볼 위력에서 최고로 봐도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 김성래 코치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졌던 선 감독님과 달리 오승환은 거의 직구로만 승부하면서도 이 정도 성적을 거두고 있다. 파워면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두산 이용찬 역시 “마무리 투수는 직구다. 직구 하나만 놓고 봤을 때 오승환 선배가 선 감독님보다 앞선다고 본다”고 했다.

KIA 황병일 코치도 “최고 투수를 꼽으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최고 마무리는 오승환이다. 선동열은 당시 승리를 지키는 마무리 개념보다는 승리하게끔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봐야한다. 1이닝을 책임지는 지금 마무리와 달랐다”는 논리를 폈다.

LG 권명철 코치는 “오승환은 초속과 종속 차이가 7km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배짱 있게 던지는 모습 등에서 최고 마무리 투수다. 직구 하나만으로 타자들을 제압한다”고 분석했다.

○그 외 선택은?


SK 김상진 코치는 ‘최고 마무리’를 묻는 질문에 ‘늘푸른 소나무’로 불렸던 김용수 현 중앙대 감독을 꼽았다. “세이브 전문으로 그 역할에 충실했고, 나이로 봐서도 오래했다는 점을 평가해주고 싶다. 후배들이 보기에도 꿋꿋했다”는 게 그 이유. 한화 정민철 코치는 “지금처럼 마무리 투수들의 투구 이닝이 일정하지 않을 때였는데도 꾸준히 2∼3이닝씩을 던지면서 세이브를 기록했다. 부상 없이 계속 그렇게 했다는 것도 더 놀랍다”며 옛 동료였던 구대성을 최고 마무리 투수로 선택했다. 넥센 송지만 역시 많은 이닝을 던져 세이브를 기록했던 구대성을 첫 손가락에 꼽으며 “당시 구위로만 보면 지금의 오승환 못지 않았다”고 했다.

MBC 스포츠플러스 양상문 해설위원은 “오승환도 좋은 투수지만, 임창용은 타자를 압도하는 직구로 긴 이닝을 소화하며 던졌다”고 현재 일본야구 야쿠르트에서 활약중인 임창용을 가장 빼어났던 마무리 투수라고 봤다. 한편 넥센 정민태 코치는 “마무리로서 삼진 잡는 능력이 역대 마무리 투수 중 가장 좋았다. 포크볼 위력이 워낙 좋았다”며 정명원 코치를 최고로 꼽았다.

김도헌 기자 (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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