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요즘 감독, 투수교체 감 떨어졌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24일 07시 00분


투수교체 타이밍,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가?
3연전 염두…선발은 한계투구수 체크
당일 컨디션 판단 코칭스태프의 모험
감독의 육감, 투수들 버릇 까지 캐치

초보 감독들이 팀 운영에 있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투수 교체다. “투수교체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야수출신 초보감독들은 투수교체의 상당 부분을 투수코치에게 기대는 경우도 있다. 명감독으로 평가받는 프로야구의 한 전임 사령탑은 “요즘 감독들이 투수교체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한다. 투수가 안타나 볼넷을 허용하기 전에 확신을 갖고 바꾸지 못한다. 얻어맞은 다음에야 움직이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한다. 투수 교체의 타이밍에는 어떤 상황들이 있을까.

○제1기준 한계투구수


LG 박종훈 감독은 첫 번째로 “한계투구수를 초과한 경우”를 꼽았다. “선발투수들은 보통 110개 정도를 한계투구수로 본다. 그 숫자가 넘어가면 일단 교체를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선발투수의 한계투구수는 꼭 당일경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는 “3연전에서 마지막 경기에 나오는 투수가 많은 투구수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면, 1·2차전에서 불펜투수들을 더 많이 던지게 할 수 도 있다. 그래서 많은 이닝을 버티는 투수가 중요하다”고 했다.

○선발·불펜의 컨디션 파악…교체 판단의 난점


박 감독은 “2번째는 그날의 컨디션을 많이 본다”고 했다. 1주일 이상의 휴식을 취해 공에 힘이 있었던 송신영(LG)에게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2이닝 세이브를 맡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때는 투수들의 컨디션에 대한 확실한 점검이 전제돼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이 코칭스태프에게는 어려운 판단이다. 김시진 감독은 “불펜에서 공이 좋다고 보고받았는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면 아닌 때도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했다. 모 팀 관계자는 “상대 선발이 공이 워낙 좋아 점수를 뽑기가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상대 벤치에서 그냥 바꿔 버려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던 적도 있다”고 밝혔다.

○기민한 판단 속에서 던지는 교체의 승부수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상황에서의 민첩한 판단이야 말로 투수교체의 꽃이다. 상대타자와의 전적, 바꿀 투수와 바뀔 투수의 컨디션, 팀이 처한 상황, 감독의 육감 등 모든 것이 총동원된다. 1995한국시리즈 7차전. 당시 OB 김인식 감독은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던 에이스 김상진(현SK코치)을 내리고, 7회부터 권명철(현LG코치)을 투입한다.

김 전 감독의 회상은 이렇다. “김상진이 투수 앞 땅볼 처리 때 악송구를 몇 번 했었는데,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올라서 바꿨지.” 공교롭게도 OB가 4-2로 앞선 9회초 2사 2·3루에서 롯데의 마지막타자 손동일의 타구는 투수 앞 땅볼이었다. 권명철의 안정적인 수비로 우승은 OB의 차지가 됐다. 3일 대구 넥센전 3-2로 앞선 삼성의 8회 수비. 삼성은 넥센 알드리지 타석 때 정현욱 카드를 냈다. 류 감독은 “안지만이 잘 던지고 있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정현욱의 커브 때문에 투수를 바꿨다. 알드리지는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하다”고 했다. 결과는 삼진. 성공이었다.

잠실 | 전영희 기자(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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