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여기는 삿포로] “이럴 수가…” 한일전 37년만에 최악의 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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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1일 07시 00분


카가와·혼다의 현란한 개인기에 속수무책
이영표·이청용 공백 누구도 메우지 못해
1년 새 쑥쑥 큰 일본…실력·정신력도 져

참담한 결과였다.

10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돔에서 열렸던 75번째 한일전에서 조광래호는 일방적으로 몰리면서 0-3 완패를 당했다. 삿포로의 치욕이었다. 조 감독이 주문한 플레이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준비한 전술은 완벽한 축구를 펼친 일본 자케로니호에 말렸다. 3만9000여 푸른 물결 속, 스탠드 구석에 외로이 자리 잡은 600여 붉은악마의 “대∼한민국!” “힘을 내라, 한국!” 외침은 공허하기만 했다.

○삿포로의 치욕


실력도, 정신력도 일본 축구가 한 수 위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일본은 더 이상 동아시아 라이벌이 아닌, 이미 세계적인 팀이 됐고, 한국은 그 반대였다. 현장을 찾은 국내 취재진 사이에선 “부끄럽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은 4승6무2패로 우위를 점했고, 전체 기록을 봐도 이전까지 74번 만나 40승22무12패로 절대적으로 앞서 있었다.

하지만 삿포로 참사는 모든 걸 가져갔다. 이렇게 대량 실점을 하고 무릎을 꿇은 건 1974년 도쿄에서 열린 제3회 한일정기전에서의 1-4 대패 이후 처음이다.

2010남아공월드컵 직전만 해도 한국은 당당히 승리를 외쳤다. 작년 5월24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일본 축구의 월드컵 출정식은 허정무호의 2-0 짜릿한 승리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묻혔다. 불과 1년 새 일본은 뛰었고, 한국은 기었다. 1월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의 승부차기 패배는 이미 7개월 후의 아픔을 예고했던 셈이다.

○맥 못 춘 유럽파

지동원(선덜랜드), 손흥민(함부르크), 이청용(볼턴) 등 유럽파 3인방이 빠졌다고 해도 상황은 너무 심했다. 디펜스 라인은 거의 속수무책, 태극마크를 반납한 이영표의 공백은 누구도 메우지 못한 채 허무하게 끝났다. 그나마도 패스 미스를 남발해 공격다운 공격도 없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의 슛은 허공을 날았고, 차두리(셀틱)의 헤딩슛은 크로스바를 벗어나 아쉬움을 안겼다. 기성용(셀틱)도 맥을 추지 못했고, 원 톱 박주영(AS모나코)은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어서 예의 날카로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에 쾌승을 안긴 주역이 카가와 신지(도르트문트)와 혼다(CSKA모스크바)였던 걸 감안할 때 유럽파의 부진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삿포로(일본)|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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