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을 달구자… 대구세계육상 D-45]역대 세계육상대회, 성공열쇠는 스탠드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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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베를린, 실패한 오사카… 관중수가 성패 판가름냈다

2009년 8월 16일 오후 9시 35분(현지 시간)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스타디움에는 5만1113명의 팬이 운집했다. 자메이카의 괴물 우사인 볼트가 달리는 남자 100m 결선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볼트가 9초58이란 믿기지 않는 세계기록을 세우자 4일 뒤 저녁엔 5만7937명이 스탠드에서 볼트의 200m 결선을 지켜봤다. 볼트는 19초19로 또다시 세계기록을 갈아 치웠다. 오전 관중까지 합치면 이틀간 각각 7만4413명과 9만451명이 들어왔다. 베를린 대회는 9일간 총 51만8582명이 경기장을 찾아 하루 평균 5만7620명을 기록하는 큰 인기를 누렸다. 입장권 가격이 30유로(당시 환율로 약 5만3000원)에서 135유로(약 24만 원)였지만 팬들은 7만여 석의 스탠드를 꽉 채웠다.

12번 대회를 치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축구 월드컵과 올림픽에 이어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그만큼 지구촌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덥고 비가 많이 왔던 2005년 헬싱키 대회(34만5000명)를 제외하면 1983년 제1회 헬싱키 대회부터 유럽에서 열린 9차례의 대회에는 매번 총 50만 명 이상, 하루 평균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그만큼 육상은 인기 스포츠다. 달리고 뛰고 던지며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한다.

세계 최고의 이벤트이다 보니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대회 성공의 제일 중요한 요건으로 관중 수를 꼽는다. TV 중계로 지구촌에서 총인원 약 80억 명(베를린 대회)이 시청하고 있지만 스탠드를 꽉 채우고 선수들의 몸짓과 하나가 돼 열광하는 팬이 있어야 육상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스포츠 마케팅으로 주요 스폰서를 확보하는 데도 현장 팬들의 반응은 아주 중요하다. IAAF가 세계선수권 개최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도 팬들의 반응이다. 다음 달 개막하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성공하기 위해서 관중이 아주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실패한 대회로 꼽히는 2007년 일본 오사카 대회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오사카의 8월은 무더웠다. 한낮 최고 섭씨 35도에 습도가 80%를 넘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실신하는 선수가 줄을 이었다. 보조경기장에서 대기하던 선수들도 손가락 마디를 푸는 정도로 워밍업을 끝냈다. 몸을 풀겠다며 힘을 쏟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었다.

일본은 1991년 도쿄 대회는 표를 58만 석이나 팔았지만 오사카 대회 때는 총 25만9000석(하루 평균 2만8700석)밖에 팔지 못했다. 판매율은 49.06%에 그쳤다. 무더위 탓에 경기는 오후 7시에 열려 밤 12시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 관중은 부채질하느라 바빴다.

단거리(100m, 200m, 400m계주) 3관왕인 미국의 타이슨 게이와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간판 옐레나 이신바예바 등 스타들이 왔지만 스탠드는 썰렁했다. 오사카 대회에선 세계기록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일본은 여자마라톤에서 겨우 동메달 1개를 건져 36위에 그쳤다. 결국 ‘무더위, 기록 부진, 자국선수 졸전’의 세 가지 악재가 대회 실패를 불렀다.

대구도 무덥다. 지난해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최고 섭씨 33도, 습도 70.3%를 기록했다. 2007년 8월 오사카의 날씨에 버금간다. 한국의 육상 수준은 세계는 물론이고 일본에도 못 미친다. 믿을 건 오직 국민의 관심과 열정뿐이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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