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분제, 금지약물 아니면… 주사 맞혀도 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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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핑위원회 ‘치료목적’ 단서에도 현장 지도자들 솔깃… 연맹은 진상규명 손놔

지방 육상연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요즘 마라톤 지도자들의 전화 문의가 빗발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28일 한국반도핑위원회(KADA)가 일부 마라톤 선수의 금지약물 투여 혐의와 관련해 해당 약품을 분석한 결과 괜찮은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그럼 우리도 주사를 맞혀도 되느냐”는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당시 KADA는 문제가 된 철분제인 ‘페로빈’ 주사약은 금지약물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치료적인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금지약물이 아니니 언제든지 맞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금지약물이 아니더라도 의료적인 목적이 아닌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정맥 주사를 맞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마라톤 선수들에게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이기 위해 철분제를 복용시켜 왔다. 정맥 주사를 맞는 게 아닌 철분제 복용은 경기력 향상을 위한 목적이라도 불법은 아니다. 헤모글로빈이 많아야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좋아져 지구력이 높아진다. 그런데 주사약이 훨씬 회복이 빠르다며 너도나도 페로빈 주사약을 선수들에게 맞히겠다고 나서는 게 문제다.

페로빈 주사약이 경기력 향상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KADA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투여량이 50mL를 초과하지 않고 주사제 투여 시간 간격이 6시간 이상이라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의사들이 선수들이 빈혈도 아닌데 페로빈을 처방해주기는 힘들다. 그래서 특정 병원과 짜거나 병원을 벗어나 불법으로 투여할 소지가 다분하다. 한 지도자는 “현장에서는 모두 그냥 맞혀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육상경기연맹이 ‘대표팀 명예 실추를 거론하며 금지약물과 관련해 경찰에 투서를 한 당사자를 색출해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조치에 현장 지도자들은 황당하다고 반응했다. 한 지도자는 “순수한 땀이 아닌 부정한 방법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려는 의혹이 있으면 철저히 조사해 규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혈액 도핑과 조혈제 투여 등 많은 소문이 나돌았지만 연맹은 사실상 손놓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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