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겨울 스포츠 도약 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7일 0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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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올림픽은 한동안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개최지 선정부터 그랬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제1회 대회가 막을 올린 이후 48년 동안 유럽과 미국에서만 열렸다. 1972년이 돼서야 일본 삿포로에서 아시아 첫 대회가 개최됐다. 1998년 다시 아시아에서 겨울올림픽 성화가 타올랐지만 이번에도 일본(나가노)이었다. 2014년 러시아 소치를 포함해 역대 22번의 대회 가운데 2차례를 제외하곤 모두 유럽과 북미에서 열렸다.

겨울올림픽 종목들은 대개 돈이 많이 든다. 경기장을 짓는 것부터 장비 구입까지 모두 돈이다. 선진국이 아니라면 겨울올림픽을 개최하기 힘들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힘들다. 게다가 아시아의 기후 조건도 겨울 종목이 발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강국이 되고 겨울 스포츠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아시아에서도 질적, 양적 팽창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이 지난해 밴쿠버 대회에서 금 6, 은 6, 동메달 2개로 종합 5위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린 것도 이런 여건이 맞물린 덕분이다. 여기에 평창이 2018년 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겨울 스포츠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종목별로 최첨단 국제 규격 경기장이 국내에 생기게 된다. 국내 유망주들의 훈련은 물론 이웃한 아시아권 국가의 선수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평창 유치위원회는 "대회 개최를 통해 아시아 겨울 스포츠가 확산되고 강원도가 세계적인 겨울 스포츠 관광 허브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중국-일본의 팽팽한 라이벌 의식도 아시아 겨울 스포츠의 수준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금 5, 은 1, 동메달 4개를 따며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켰던 일본은 이후 대회에서 성적이 부진했다. 특히 지난해 밴쿠버 대회에서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에게 완패하는 등 노 골드의 수모를 당한 것은 일본 국민들이 겨울올림픽에 다시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을 개최하며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종합 1위를 차지한 중국 역시 겨울올림픽에서도 최강국이 되기 위해 국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8년 평창에서 아시아 국가의 '겨울올림픽 삼국지'가 기대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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