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비디오 판독 확대, 50% “판정 명확” vs “흐름 끊겨 재미 반감”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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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9일 07시 00분


이슈&포커스 |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 설문
“비디오 판독 확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찬성 : 50%
TV중계의 진화로 팬들 오심 먼저 알아
오심으로 승패 뒤바뀌는 경우 사라져야

반대 : 46%
판독 확대땐 판정 항의 계속 이어질 것
오심도 경기 일부…차라리 심판 늘려라

메이저리그가 내년부터 비디오판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미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심판들과 이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메이저리그는 2008년 8월부터 홈런 판정에 한해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홈런 판정 외에도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오심이 발생하자 심판의 육안으로 식별이 쉽지 않은 ▲좌우선상 타구의 파울·페어 여부 ▲외야수의 원바운드 캐치 여부 등도 비디오 판독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한국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와 세계 프로야구의 흐름에 발맞춰 2009년부터 홈런 여부에 한해 비디오 판독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메이저리그의 비디오 판독 확대 움직임과 관련해 한국프로야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스포츠동아 이슈&포커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추진 중인 비디오 판독 확대를 한국프로야구에도 도입해야하는지를 두고 프로야구 종사자에게 찬반 의견을 물었다. 또한 현행 홈런 비디오 판독의 문제점도 아울러 짚어봤다.
○비디오 판독 찬반 팽팽

설문은 총 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프로야구 8개구단 감독 및 코치 1명씩과 선수 2명, 그리고 단장 등 구단별로 5명씩 총 40명이 참가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 4명, 해설자 6명이 포함됐다. 이들 중 메이저리그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준의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해 찬성은 25명으로 전체 설문 참가자 중 50%를 차지했고, 반대하는 쪽도 23명으로 46%에 이르렀다. 유보는 2명이었다. 찬성하는 쪽이 2명 더 많았지만 사실상 팽팽한 대립을 이뤘다.

답변을 세분화해 분석해보면 감독과 코치들은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8개구단 총 16명의 감독과 코치 중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한 찬성은 5명인 반면, 반대는 9명이었다. 감독 중에서는 한화 한대화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 2명만 비디오 판독 확대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선수들은 대체로 비디오 판독 확대를 반겼다. 16명 중 찬성이 11명으로 반대(5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왜 찬성하나


최근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방송사는 팬들의 알권리를 위해 애매한 판정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느린 화면으로 계속 재생하고 있다. 중계 장비의 진화와 중계 기술의 발달로 팬들이 먼저 오심 여부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상황이어서, 심판의 오심은 오히려 심판의 권위를 더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추진 중인 외야 선상의 페어와 파울, 외야수의 노바운드 캐치와 원바운드 캐치 정도는 비디오 판독을 해도 좋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도 대부분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하프 스윙 여부, 아웃과 세이프 판정, 보크 판정만큼은 심판의 고유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류중일 감독은 “요즘 TV 카메라가 많이 설치되는 만큼 잘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비디오 판독 확대를 주장했고, KBO 이상일 사무총장도 “오심으로 승패가 바뀌면 안 된다”, 김인식 규칙위원장은 “엉뚱한 시비를 미연에 차단할 수 있다”며 비디오 판정 확대에 공감했다. 롯데 이대호도 “할 수 있다면 확대하는 게 좋다”고 밝혔고, 허구연 해설위원과 이순철 해설위원은 “정확하게 봐주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왜 반대하나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해 반대 의견도 만만찮았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나중에는 기계를 갖다놓고 야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조금만 애매한 상황이 나오면 다 비디오 판독을 하자고 할 것 아닌가”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LG 박종훈 감독도 “잘못된 판정도 경기의 일부다. 너무 많은 것을 비디오 판독에 의존하면 경기의 흐름이 끊겨 재미가 반감된다”고 말했다. 넥센 송지만은 “비디오 판독을 계속 확대한다면 심판은 뭐 하러 그라운드에 서 있나”라면서 “메이저리그를 따라가려면 비디오 판독 확대보다 심판의 처우를 개선하고 심판의 숫자를 늘려 심판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더 옳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 프로야구가 추진하는 스피드업 방향과도 배치되는 일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LG 서용빈 코치는 “비디오 판독이 많아지면 스피드업에 반하는 일 아닌가”라면서 “현재 심판들이 모두 대기실로 들어가 TV 화면을 확인하는데 이 또한 대기심이 판독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KIA 이범호도 “비디오 판독이 확대되면 항의가 계속 이어진다”며 반대했다.

이효봉 해설위원은 “하나를 허용하면 또 하나를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 양상문 해설위원은 “정확도는 높아지겠지만 심판의 권한을 침범하고 야구의 재미를 감소시킬 것”, 이용철 해설위원은 “오히려 논란이 더 확대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LG 백순길 단장은 “미국이 도입한 뒤 1년 정도 장단점을 지켜보고 장점이 많으면 도입하고, 단점이 많으면 포기하는 게 낫다”면서 “선상의 파울 판정이 페어로 번복된다면 2루타인지 3루타인지, 또 주자는 몇 개의 베이스를 갈 수 있는지의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홈런 비디오 판독부터 개선하자


홈런 비디오 판독을 시작한 2009년부터 올시즌 6월 7일까지 페넌트레이스에서 비디오 판독에 들어간 판정은 통산 35차례. 그 중 심판의 최초판정이 번복된 것은 12차례였다. 34.3%가 번복된 셈이다.(표 참조) 그러나 갈수록 판정 번복률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올시즌에는 7차례 중 단 1차례만 판정 번복이 나왔다. 그만큼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면서 심판들도 더 정확한 판정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여전히 홈런 비디오 판독에도 개선해야할 여지는 있다는 목소리도 컸다. 두산 신경식 코치는 “중계화면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카메라 설치 각도에 따라 파울인지, 홈런인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비디오 판독을 위해 각 구장별로 별도의 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안경현 해설위원은 “양쪽 폴 위에 센서를 설치한다든가 따로 준비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O와 각 구단도 공감은 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예산이 문제. KBO 정금조 운영팀장은 “각 구장에 카메라를 별도로 설치하는 것을 검토해보기도 했지만 비용 문제가 크다. 잠실만 해도 설치에만 수억 원이 들고, 유지하는 인력과 비용도 추가로 필요하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파울폴의 길이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타자들의 파워가 향상되면서 폴 위를 넘기는 타구가 많아 비디오 판독을 해도 애매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본프로야구도 올시즌을 앞두고 전 구장의 폴을 높였다. 특히 나고야돔은 폴을 아예 천장까지 올려버리기도 했다.

KBO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심판들이 홈런 여부를 판정할 때, 폴을 유심히 본다. 폴 안으로 들어가는 타구는 잠시 사라졌다 나오지만, 파울 타구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폴 위를 지나가는 타구는 비디오 판독을 해도 애매할 때가 있다. 폴을 높인다면 더 정확한 판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감했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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