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던지고 4일 휴식… 선발투수는 꽃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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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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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려다간 평생 쉽니다”
선발투수 휴식기간 살펴보니

한화 류현진(왼쪽)이 하나마쓰 고지 코치의 도움을 받으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한화 류현진(왼쪽)이 하나마쓰 고지 코치의 도움을 받으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평일인 12일 오후 1시께 텅 빈 서울 잠실야구장. 다른 선수들이 나오기 전이지만 외야 펜스를 따라 달리며 땀을 흘리고 있는 검은 피부의 선수가 있었다. LG의 외국인 선발 투수 리즈(28). 전날 선발 등판해 100개가 넘는 공을 던졌기에 늦게까지 쉴 법도 했지만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와 회복 훈련 중이었다.

야구장에서 이런 풍경은 낯설지 않다. 선발 투수는 5일 또는 6일에 한 번 등판한다. 하지만 등판하지 않는 날이 곧 휴식을 의미하진 않는다.

○ 몸 풀기도 과학적으로

그렇다면 선발 투수는 다음 선발까지의 5일을 어떻게 보낼까.

등판 다음 날에는 주로 전날 투구로 경직된 근육을 풀어준다. 야구장 폴과 폴 사이를 왕복하며 달리는 롱런은 근육을 풀기 위한 예열 작업이다. 둘이 볼을 주고받으며 둘 사이의 거리를 짧은 거리에서부터 50m 이상까지 늘려가는 롱토스는 어깨를 풀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등판 후 2일째의 운동도 무시할 수 없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선발 다음 날보다 그 다음 날에 근육의 유산 수치가 떨어져 더 피로하게 느껴진다. 이때는 반드시 웨이트 훈련을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맞춤형 불펜 투구

등판 후 3일째엔 실전감각 유지와 단점 보강을 위해 불펜 투구를 한다. 통상 30∼40개를 던진다. 이전 투구 수가 100개를 넘었다면 불펜 투구 수를 줄인다.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안승민 김혁민 등 한화 신진 투수들은 제구력 유지를 위해 3일차부터 선발 전날까지 매일 불펜 투구를 한다. 제구력이 안 좋은 투수들에게는 릴리스포인트(공을 놓는 지점)를 찾는 데 효과적인 12m 피칭이 실시된다. 정규 야구장의 투수와 포수의 거리는 18.44m.

막강 불펜 덕에 선발 투수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SK는 불펜 피칭을 4일차에 실시한다.

한화 류현진, KIA 윤석민 로페즈 등 많은 이닝을 던지는 특급 선수들은 불펜 투구를 생략하기도 한다. KIA 이강철 투수코치는 “내가 선발로 뛰던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불펜 피칭이 체력 낭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을 보면서 불펜 피칭이 강조됐다”고 말했다.

○ 상대 타자 분석, 음식 조절도 필수

등판 3일 전부터는 상대 분석이 필수다. 두산 조계현 투수코치는 ‘관찰’을 강조한다. 조 코치는 “타자들은 매일 장단점이 변한다. 그날의 약점을 찾아서 승부구를 바꿀 줄 알아야 정상급 투수”라고 말했다.

음식도 컨디션을 좌우한다. 등판 이후엔 육류 섭취를 늘려 근육을 보강한다. 하지만 다음 선발일이 다가올수록 식단에 채소류를 늘려 몸을 가볍게 만든다.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는 “베스트 구위 때의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체중이 늘면 밸런스가 나빠지고 체중이 줄면 구속은 떨어지고 공 끝이 무뎌진다”며 “최근 김성태의 부진도 체중 감소가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팍팍한 스케줄을 운영하던 투수코치들도 경기 당일만큼은 선발 투수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LG 최계훈 투수코치는 “당일 선발로 나서는 투수는 예민하기 때문에 눈 마주치는 것도 피한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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