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김선우 “먹고 살려니 그것이 최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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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6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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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연속이닝 무실점 행진…그가 말하는 그의 변화

작년부터 느끼기 시작한 팔꿈치 통증
살기위해 강속구 대신 변화구로 승부
완급조절·경기운용 척척 서프라이즈!
허구연 “지금 ML 갔으면 100승 가능”

두산 김선우. 스포츠동아DB.
두산 김선우. 스포츠동아DB.
두산 김선우(사진)가 ‘대세’다. 15일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유일한 1점대 방어율(1.56) 투수다. 22연속이닝 무실점 기록은 진행 중이다. 시속 150km 강속구가 사라진 서른 넷 나이에 찾아든 전성기. 남들은 내리막길을 걸을 시점에 승승장구하는 김선우의 회춘투, 그 비밀을 15일 SK전에 앞서 들었다. 14일 SK전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4승(2패)을 거둔 직후였다.

○고맙고 미안한 양의지

김선우는 포수 얘기부터 먼저 꺼냈다. “(양)의지한테 말했다. ‘네가 힘들 거다. 형이 먹고 살려면 그것밖에 없다’고.” 여기서 ‘그것’이란 낮은 변화구를 의미한다.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낮게 던지다보니 포수의 블로킹 부담이 여간 커진 게 아니다. 그걸 알고도 의도적으로 던지려니 후배 포수가 안쓰러운 것이다. “빠뜨려도 신경 쓰지 마라.” 이 한마디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다 담겨 있다.

○선택이 아니라 사활

그렇다면 이렇게 극단적으로 낮은 변화구에 의존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불같은 강속구로 각인된 김선우 아닌가? 물론 김선우는 지금도 예전처럼 던질 순 있다. 옛날에는 변화구 안 되면 직구가 있다는 마음으로 극단적이라 할 만큼 공격적으로 던졌다. 그러나 팔꿈치에 통증을 느낀 작년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변화할 필요가 뭐 있어?’에서‘변화? 뭐든 해보자’로 바뀌었다. 여전히 140km대 후반 직구를 던질 수 있지만 연투를 생각한다. 제구력 투수가 아니라 여기기에 맞혀 잡는 피칭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김선우는 “변화될 수밖에 없어서 변화한 것”이라고 했다. 그 절박함에서 찾아낸 해답이 지금의 투구 패턴이다.

○장명부의 재림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안타를 맞아도 투아웃 이후에 준다. 장명부를 보는 것 같다. 지금 (패턴으로) 메이저리그 갔으면 100승도 할 수 있다”고 극찬을 했다. 패턴의 목적은 ‘최소 투구수로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내 땅볼 유도하기’다. 각을 좁힌 슬라이더와 커터를 섞어서 최적의 유인구가 조합됐다. 실제 무실점한 최근 3경기에서 김선우는 6안타-7안타-8안타를 맞았지만 실점은 0이다. 전성기 장명부의 경기운용능력을 연상시킨다.

○“놀랍고 신기”

유인구와 완급조절, 경기운용능력의 3중주, 김선우는 “이제 타자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22연속이닝 무실점을 두고는 “점수를 안 주니 나도 놀랍고 신기하다”고 고백한다. 기록은 의식하지 않는다. 다만 “이 패턴이 내 마지막 찬스”라는 절박함은 영원하다.

김영준 기자 (트위터@matsri21)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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