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의 인물탐구] 당구 차·유·람, 기술 수준급…‘요것’만 갖추면 최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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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6일 07시 00분


스포츠 얼짱 부담감? 광저우 8강 좌절
당구는 ‘기술 + 고도의 집중력’ 필요해

‘타점에 집중’·‘실수 인정’ 두가지 처방
실수 불안감 극복하면 포켓볼 퀸 OK!

실수를 인정하는 심리 훈련을 통해 도약을 노리는 차유람. 스포츠동아DB
실수를 인정하는 심리 훈련을 통해 도약을 노리는 차유람. 스포츠동아DB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당구 스타 차유람(24). 포켓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제무대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차유람은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기대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당구는 기량도 중요하지만 경기 도중 누가 더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느냐가 승부를 좌우한다. 당구는 ‘멘탈 게임’이라고 불리는 골프만큼이나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이번 주 KISS의 인물탐구의 주인공은 차유람이다.
○차유람에게 내린 두 가지 처방

차유람을 만난 건 광저우아시안게임을 2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이장수 당구 감독과 차유람이 연구실을 찾아왔다. 당구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당구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승패가 좌우된다는 것을 파악했다.

당구는 크게 체력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기술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중목이다. 아시안게임 대표로 출전할 정도로 기본이 갖춰진 선수는 경기에서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따라서 메달 색깔이 달라진다. 차유람은 기본기를 갖추었지만 경기 중 집중력이 깨져서 다 이긴 경기를 망치는 현상이 간혹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차유람에게 내린 처방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경기 때 복잡한 생각을 하지 말고 오직 겨냥하는 볼을 맞추려는 지점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기술을 수행하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맞추려는 지점에만 시선을 집중해서 쳐야 그 공이 선수가 의도한 방향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만약 맞추려는 지점을 보지 않고 자신이 보내려는 지점에 시선을 맞추면 공이 맞는 처음 순간부터 공의 진로가 어긋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골프와 사격 선수에게도 마찬가지다. 골프에서도 공이 맞는 순간에 공과 클럽 헤드가 직각이 되어야 공이 의도한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선수는 공에 시선을 집중해야 한다. 사격에서도 표적지보다는 총의 조준선 정렬에 시선의 초점을 맞추어야 표적지에서 오차가 줄어드는 것이다. 단순한 원리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러한 단순한 사실을 망각하고 결과만을 생각해 공에 집중하는 것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만약 내가 의도한대로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으로 불안이 유발되어 경기를 잘못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이러한 내용을 차유람에게 충분히 설명했다. 그 덕분인지 3일 후 중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4강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이러한 약효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당구가 잘 되니까 욕심이 생겨 경기 때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하나의 처방을 했다. 경기 때 실수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선수들은 실수를 안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도 선수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조건 실수를 안 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차유람에게 일주일 동안 연습한 게임에서 평균적으로 몇 개의 실수를 했는지 조사하라고 주문했는데, 그 결과 한 게임에서 적개는 6개, 많게는 10개의 실수를 했다. 이러한 결과를 보고 그도 놀랐을 정도였다.
“마음을 다스려야 승리가 보인다!” 당구선수 차유람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스포츠심리학을 처음 접했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훈련을 통해서 기복 없는 경기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스포츠동아DB
“마음을 다스려야 승리가 보인다!” 당구선수 차유람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스포츠심리학을 처음 접했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훈련을 통해서 기복 없는 경기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스포츠동아DB

○불안을 떨쳐야 이긴다

차유람은 실수를 인정하는 마인드가 진정으로 체득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불안을 일으키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다른 사람들이 나의 경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평가 불안’과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실수 불안’이 핵심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실수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앞에서 언급한 기본적인 내용인 공에 시선을 집중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차유람은 애석하게도 아시안게임 8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금메달에 대한 욕심 등 여러 가지 심리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총체적으로 보면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자신의 것으로 체득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심리훈련도 훈련이기 때문에 체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훈련 시간이 짧다는 것이 아쉬웠다. 지금도 가끔 필자는 차유람와 연락을 하는데 위의 내용들을 체득해 당구가 한결 편해졌다고 한다. 다음 대회에는 좋은 결과를 기대해본다.

차유람은?
▲생년월일 : 1987년 7월23일
▲신체조건 : 162cm/ 47kg
▲학력 : 한국체육대학 졸업
▲소속 : IB스포츠
▲대표경력 : 2006도하아시안게임 국가대표, 2010광저우아시아게임 국가대표
▲ 주요대회성적 : 2003년 한국여자포켓 9볼 랭킹전 1위, 2005년 한국여자 3쿠션대회 1위, 2009년 홍콩 동아시아대회 6레드 스누커 여자 개인 동메달, 2010년 춘천 월드 레저 당구 엠브레스컵 포켓 9볼 우승, 2010년 춘천 월드 레저 여자 묘기당구 준우승

분석 | 김병현 KISS 연구원

정리 | 최용석 기자 (트위터 @gtyong11)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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