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품은 그녀들 “쇼트게임 마스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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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일 07시 00분


■ 여자골퍼들 맞춤식 샷 업그레이드

“그린을 바꿀 수 없다면…나를 바꿔라”
서희경·이보미 컴퓨터 샷 만들기 열공
홍란 “정교해진 아이언 샷…자신감 쑥”
최혜용은 샷 기술 보완보다 체력 보강

테미큘라에서 합동훈련을 한 단짝 서희경(왼쪽)과 홍란. 서희경은 미 LPGA 무대를 위해 다양한 웨지 샷을 가다듬었고 홍란은 KLPGA 정복을 위해 아이언 샷을 새롭게 정비했다.
테미큘라에서 합동훈련을 한 단짝 서희경(왼쪽)과 홍란. 서희경은 미 LPGA 무대를 위해 다양한 웨지 샷을 가다듬었고 홍란은 KLPGA 정복을 위해 아이언 샷을 새롭게 정비했다.
훈련이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이젠 동계훈련도 맞춤시대다. 골프채를 내 몸에 맞춰 사용하는 피팅은 기본이 된지 오래다.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날씨나 코스 상황에 맞춰 로프트를 높이거나 라이 각을 조절해 사용한다. 훈련도 마찬가지다. 어느 무대에서 뛰느냐에 따라 내용이 다르다.

동계훈련을 마치고 귀국하는 선수들이 올해 자신이 뛸 무대에 맞는 비밀병기로 무장했다. 기술이 바로 돈이다.

● 서희경 “두 가지 웨지 샷 다섯 가지로”

2월27일 끝난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정식 데뷔전을 마친 서희경(25·하이트)은 미 LPGA 투어 진출을 앞두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 테미큘라에서 8주 간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미국 진출을 앞두고 가진 훈련인 만큼 과거와 그 내용이 달랐다.

가장 크게 신경을 쓴 부분은 쇼트 게임이다.

LPGA 투어는 국내 투어와 달리 전 세계에서 열린다. 절반은 미국에서 나머지 절반은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등에서 개최된다. 그러다 보니 코스마다 잔디의 종류가 다르고 그린도 천차만별이다. 당연히 수준 높은 쇼트 게임 기술이 요구된다.

서희경은 “그동안 두 가지 정도였던 어프로치 기술을 전지훈련 동안 다섯 가지로 다양화했다. 특히 바운스를 이용해 공을 띄우고 세우는 샷을 집중 연습했다. 실전에서 어떤 효과가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거리를 가장 큰 숙제로 삼았지만 이제 외국선수들에 비해 거리가 덜 나가 고민하는 선수는 줄었다. 오히려 서희경처럼 더 섬세하고 정교한 샷 기술 습득해 신경 쓰는 선수가 많아졌다.

● 이보미 “하루 2∼3시간씩 퍼트연습”

일본무대로 진출하는 이보미(23·하이마트)는 퍼트와 어프로치에 주력했다. 일본의 까다로운 그린과 러프에 대비한 전략이다.

태국과 베트남에서 강도 높은 전지훈련을 하고 돌아온 이보미는 “일본의 골프장은 페어웨이보다 그린이 높은 곳에 있고 러프도 긴 편이다. 한국선수들이 초반 적응에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태국과 베트남에서 훈련하면서 퍼트와 쇼트게임 연습을 많이 했다. 자신감을 얻었지만 해봐야 할 것 같다. 실전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2월19일 귀국했다가 22일 다시 일본으로 떠난 이보미는 3월4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토너먼트에 출전한다. 일주일여 빨리 들어가 코스 적응 훈련을 하며 데뷔전을 준비한다.

● 최혜용 “기술보단 체력보강이 우선”

최혜용(21·LIG)은 올해 일본과 한국에서 반반씩 뛴다. 최소 25개 이상 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먼저 시작하는 곳은 일본이다. 3월4일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토너먼트에 출전해 첫 시험대에 오른다. 처음 해외 무대에 나가는 최혜용은 샷 기술을 새로 터득하기 보다는 체력보강에 가장 신경 썼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편안한 상태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 스윙은 약간 가다듬는 정도만 했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체력보강이다. 한달 남짓 훈련하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체력훈련을 했다. 지금은 몸에 근육도 붙었고 매우 단단해진 느낌이 든다.”

체력보강에 신경을 쓴 이유는 그동안 체력으로 고생했던 기억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대회가 많아지다 보니 힘들 때가 많았다. 6개 대회를 연속해서 나갔을 때는 마지막에 걸으면서 잠을 잘 정도로 힘들었다. 이번 훈련을 통해 부족한 체력을 집중적으로 보완했고 올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최혜용은 “새로운 무대에서 뛰게 됐으니 마음 편하게 경기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아직 일본어가 부족하지만 선수들과도 친해져 빨리 투어에 적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 홍란 “공 눌러치는 아이언 샷 마음에 쏙”

홍란(25·MU스포츠)은 KLPGA 투어에서 가장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해 딱 세 번밖에 컷 탈락하지 않았다. 기복이 크지 않아 톱10에 진입하는 횟수도 많다.

문제는 꾸준한 상위권 성적에 비해 우승이 적다. 3승이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홍란의 이름값에 비하면 부족한 숫자다. 홍란이 마음을 고쳐먹었다. 좀더 많은 우승을 위해 과감히 매스를 들었다.

“지금까지의 스윙은 약간 쓸어 치는 스타일이었다. 나쁜 건 아니지만 그러다보니 가끔씩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일이 많았고 바람이나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전지훈련을 통해 아이언 샷을 할 때 좀더 공을 눌러 치는 스타일로 바꿨다. 거리 컨트롤이 더 정교해졌고 구질도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스윙을 바꾸니 자신감도 높아졌다. 홍란은 “이 정도면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에서도 좀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3승이 목표다”고 말했다.

● 조윤지 “톱 낮추고 스윙 간결하게”

이제 막 프로무대 적응을 끝낸 투어 2년차 조윤지(20·한솔)는 신인답지 않은 ‘강심장’이 장점이다. 두둑한 배짱과 파워풀한 스윙, 거침없는 플레이가 장기지만 지나치게 과감한 플레이 탓에 한번 흐름을 놓치면 쉽게 무너지는 약점이 있다.

프로 무대에서 1인자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고쳐야 할 점이다. 전지훈련을 통해 가장 많이 손을 댄 건 백스윙이다. 지금까지는 백스윙이 업라이트하게 올라갔고, 톱이 높았다. 이 부분을 컴팩트하게 바꿨다. 백스윙을 좀더 낮게 유지하면서 톱은 조금 낮춰 스윙을 간결하게 했다. 그 다음은 쇼트 게임이다. 경험이 부족한 신인이기에 연습이 최선의 방법이다.

조윤지는 “바뀐 스윙에 매우 만족한다. 스윙 크기를 줄여 간결하게 바꿨지만 파워에서 큰 차이는 없다. 더 정교해져 자신감이 높아졌다. 쇼트게임과 퍼트만 보완하면 올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글·사진|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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