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IOC 진땀 뺀 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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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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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혼잡우려… 입-출구 차별화를”
“5만석 부족한 스타디움 보완책 뭔가”

평창 뒤덮은 눈… IOC에 쏠린 눈…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평가단이 17일 눈 덮인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점프장을 방문해 취재진에 둘러싸인 가운데 유치 준비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이날 평가단은 평창 일대의 경기장, 훈련장, 선수촌 시설을 둘러봤다. 평창=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평창 뒤덮은 눈… IOC에 쏠린 눈…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평가단이 17일 눈 덮인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점프장을 방문해 취재진에 둘러싸인 가운데 유치 준비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이날 평가단은 평창 일대의 경기장, 훈련장, 선수촌 시설을 둘러봤다. 평창=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평창은 17일 새벽부터 눈발이 날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평가단의 현장 실사를 앞두고 내린 눈이라 더 반가웠다. 평가단에게 평창의 자연환경이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어서다. 평가단은 실사 둘째 날을 맞아 경기장과 훈련장, 선수촌 시설을 점검했다.

그러나 전날 콤팩트한 경기장과 아시아에 겨울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메시지로 호평을 받았던 평창유치위는 이날 평가단의 날 선 지적에 진땀을 흘렸다. 평창유치위 이병남 평가준비처장은 “평창이 올림픽을 연다면 어떻게 경기를 운영할지에 질문이 집중됐다”며 “경기장 간 교통망과 경기장 내 혼잡을 막기 위해 출구와 입구를 차별화하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전했다.

평가단은 오전에 개·폐회식이 열리는 알펜시아스타디움을 둘러봤다. 스키 점프대 2곳과 연습장 시설을 보며 일부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날카로운 질문도 나왔다. 개회식을 위해 스타디움 관중석을 6만 석으로 하기로 했는데 현재 1만1000석밖에 안 되는 것을 어떻게 보완할지를 물었다. 평창유치위는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면 관중석 뒤편에 추가 좌석을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관중석 뒤편 공간이 4만 석을 추가할 정도로 넓지 않아 평가단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평가단은 스타디움 주변의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경기장을 걸어서 이동했다. 경기장을 출입하는 동선이 선수와 관람객에게 불편한 건 아닌지를 살폈다. 경기장을 연결하는 도로 사정도 유심히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방송 카메라 취재진이 평가단에 가까이 접근하면서 통제가 되지 않았다. 평가단은 실사에 방해가 된다며 평창 선수촌, 국제방송센터(IBC) 예정지와 휘닉스파크, 용평 알파인 경기장 실사는 비공개로 진행했다. 평가단은 휘닉스파크 시설이 훌륭하다고 평가했고 올림픽역과 특구 건설 계획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평창유치위는 전했다.

유치위 하도봉 사무총장은 “오후 실사는 우호적인 분위기였다”며 “평가단 관계자는 완공된 경기장을 보며 엄지손가락을 세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전에 평가단이 카메라 촬영을 거부한 건 실사에 지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18일부터는 거리를 더 벌린 포토라인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평창을 방문한 IOC 평가단 14명 가운데 8명은 4년 전 현지 실사 멤버다. 당시 도면으로만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지역에 완공된 경기장을 선보이며 준비된 평창을 선보이려는 계획은 2%가 부족했다.

이건희 IOC 위원(삼성그룹 회장)은 “4년 전보다 분위기는 좋다”며 “강력한 경쟁국가인 독일 뮌헨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본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겨울올림픽을 유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평창=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2018년 평창서 자원봉사 하고 싶어”

겨울올림픽 유치 두번 눈물, 前강원지사 김진선 특임대사

김진선 대통령 지방행정특보 겸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특임대사(65·사진). 동해에서 나고 자란 그는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원도지사를 지냈다. 도지사로는 3선에 성공한 그이지만 겨울올림픽에서는 두 번 울었다. 2010년 겨울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2014년에는 러시아 소치에 밀렸다.

“2010년 유치전 때 평창은 국제무대에서 무명이었습니다. 외국인들이 평창을 평양으로 알 정도였으니까요. 국내에서도 겨울올림픽 유치를 반신반의했죠. 열심히 뛰었지만 큰 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김 대사는 2014년 유치전을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쓰리다고 했다. 겨울올림픽 유치 결정을 앞두고 평창은 소치에 앞서 나갔다. 하지만 소치는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과테말라시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면 지원으로 역전승했다.

“유럽 표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어요. 평창에 호감을 보이던 이들이 고개를 돌렸습니다. 국가적으로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더군요.”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세 번 울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젠 정부 관계자로 평창 지원에 나섰다. 유럽과 중남미를 돌며 평창을 알리고 있다. 김 대사는 평창의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 전망에 대해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와 박빙 대결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두 번의 실패에서 배운 것처럼 마지막까지 안심하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겨울올림픽 유치는 외교 전쟁입니다. IOC 위원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는 방법뿐입니다. 평창은 경기장과 숙박시설을 대부분 완공해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 큰 힘이 됩니다.”

평창이 세 번째 도전에서 승리한다면 김 대사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그땐 자원봉사자로서 대회의 성공을 돕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평창=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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