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여기는 도하] 싹싹해진 북한, 그들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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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7시 00분


북한 조동섭 감독. 스포츠동아 DB.
북한 조동섭 감독. 스포츠동아 DB.
북한은 항상 ‘은둔과 적막의 국가’라는 어두운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러나 축구만 놓고 볼 때 이같은 선입견은 깨도 좋을 것 같다. 2011 카타르 아시안 컵에서 만난 북한은 분명 열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북한 축구를 접할 기회가 딱 두 번 있었다.

작년 남아공월드컵 개막에 앞서 실시된 허정무호의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이 첫 번째 만남이었다. 이번 아시안 컵이 두 번째다.

불과 반 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많이 달라졌다.

‘북측’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표현 대신, ‘북한’이라 불렀다는 이유로 강한 어조로 발끈해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물론 국내 취재진과 만날 때마다 흠칫 놀라는 태도나 다가서면 한 걸음 물러서는 모습은 여전했지만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강성 이미지를 탈피한 조동섭 감독이 인상적이었다.

부드럽고 온화한 태도의 조 감독은 사근사근한 말투로 “우리를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는 당부를 남길 정도였다. 선수단에는 소통의 창구도 생겼다. 무작정 접촉을 차단하던 예전과 달랐다.

UAE와의 D조 예선 최종전을 하루 앞둔 18일(한국시간) 도하 아시안 컵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문인국(4.25축구단)도 먼저 말을 건네자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풀고 “예, 저희 잘할 수 있습니다. 많이들 성원해 주십시오”라며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홍영조(로스토프) 역시 스타디움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면 짧지만 한 마디씩 던지고 지나쳤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작년과 판이했다.

물론 누구보다 안영학(가시마)과 정대세(보훔)를 빼놓을 수 없다.

북한 축구에 대해 궁금한 점은 이들을 통하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 직간접적으로 접촉이 많아서 그런지 한국 기자들과도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고, 기사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할 정도였다.

선수단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북한 당국 관계자도 적어도 안영학, 정대세의 인터뷰는 딱히 제지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번 대회가 끝난 뒤 언젠가 북한 축구를 또 접할 시간이 올 것이다. 그 때는 또 얼마나 달라질까.

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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