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규정도 몰랐던 스키 국가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작년 밴쿠버올림픽 대회전 스키플레이트 높이 기준 위반
김우성 실격 뒤늦게 밝혀져 협회는 감독 경징계에 그쳐

지난해 초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던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은 피겨, 스피드, 쇼트트랙 등 빙상 주요 종목에서 모두 챔피언을 배출하며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5위(금 6개, 은 6개, 동메달 2개)에 올랐다. ‘밴쿠버의 기적’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국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겨울스포츠의 다른 한 축인 설상(雪上) 종목에서 한국은 여전히 낙후돼 있다. 게다가 대회 중 어처구니없는 사건마저 발생했다. 빙상 종목의 연이은 낭보에 묻혀 버렸던 그 사건은 지난해 2월 23일 열린 알파인 스키 남자 대회전에서 벌어졌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 종목에 출전했던 김우성(25·하이원)은 1차 시기에 결승선까지 통과했는데 경기가 끝난 뒤 스키장비의 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나 실격 처리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국내에선 ‘더비’로 불리는 스키와 부츠 사이의 얇은 판(영어로는 플레이트)의 높이. 이 높이가 높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국제스키연맹(FIS)은 높이를 제한하는데 김우성의 스키 더비가 이를 초과했다.

한 스키 관계자는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해외 전지훈련 등 몇 년에 걸쳐 엄청난 비용을 쓰고 준비했던 모든 과정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되는 어이없는 실수 하나로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김우성의 기록은 실격되지 않았다면 출전자 103명 중 30위권 정도였다는 게 당시 대표팀 이기홍 감독의 말이다.

이 실격 사건의 충격 여파 때문인지 그로부터 나흘 뒤 열린 남자 알파인 스키 회전에서 김우성과 정동현(23·한국체대)은 모두 1차 시기에서 완주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알파인에서 한국은 메달은 고사하고 하나의 기록조차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도 대한스키협회는 감독에게 3개월 정직이라는 가벼운 징계를 내렸을 뿐이다. 이 감독은 다시 스키대표팀을 맡아 이달 말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겨울아시아경기에 출전한다. 아직 갈 길 먼 한국 스키계의 현주소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