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참패 설움, 땀으로 메쳤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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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도 부활 원동력

9월 세계선수권 김재범 유일한 금
위기의식 발동…평일 4차례 강훈
금6·은3·동5 따내 효자종목 입증

유도의 역대 단일대회 최다금메달 기록(7개·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을 깨진 못했지만 ‘120% 성공’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국 유도 대표팀이 16일 모든 경기 일정을 마감했다.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민호는 광저우 화궁체육관에서 열린 60kg급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여자 무제한급에 나선 김나영 역시 금메달 문턱에서 주저 앉아 은메달에 만족했다. 여자 48kg급 정정연도 중국의 홈 텃세에 황당하게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등 좌절도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16개 종목(남녀 각 8개) 중 6개의 금메달(은메달 3·동메달 5)을 차지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일궈냈다.

2006년 도하 대회(4개)보다 금메달이 2개 늘었다.

○세계선수권 참패 만회한 금 퍼레이드

지난 9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패권을 차지한 김재범(81kg)만이 유일하게 금메달을 차지했을 뿐, 나머지 종목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 때 아시안게임에서 효자 종목으로 대우받던 유도의 위기의식이 발동하는 계기가 됐다. 주말 외출만 허용하고 평일에는 4차례에 걸쳐 땀을 흘리는 등 강도 높은 훈련량으로 전열을 정비했다. 정경미(여자 78kg)는 “훈련을 너무 많이 해 몸이 아플 정도”라고 했다.

주요 상대 선수들의 철저한 비디오 분석 역시 큰 힘이 됐다. 여기에 국제유도연맹이 위장 공격이나 상대의 도복 바지를 잡는 것을 반칙으로 규정하면서 일본과 함께 기술 유도를 구사해 온 한국도 덕을 봤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둔 한국 선수단의 기대 금메달수는 잘 해야 3∼4개 수준이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3개를 따내더니 2006년 도하 대회 때 노골드 수모를 겪었던 여자도 황예슬(70kg)에 이어 정경미까지 금메달을 따내며 부활했다.

○라이벌 구도·신예 약진이 원동력

남자의 경우, 무엇보다 라이벌 구도의 형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강동영 대한유도회 사무국장은 “김재범에게는 송대남이라는 존재가, 김주진(66kg)에게는 안정환이라는 라이벌이 큰 힘이 됐다. 최민호는 비록 금메달에 실패했지만, 자신을 위협하는 장진민이 있어 더 분발했다”고 분석했다. 체급별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라이벌 구도가 기량 향상 및 정신력 제고로 이어진 게 이번 아시안게임 호성적의 밑바탕으로 볼 수 있다. 여자도 마찬가지.

○감동 준 왕기춘의 페어플레이

소설가 이외수는 1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하루 전 결승전에서 상대 선수의 부상당한 발을 공격하지 않은 왕기춘에 대해 “이것이 진정한 스포츠맨십 아닐까요”라고 평가했다. 왕기춘은 아키모토 히로유키와의 결승전에서 상대가 왼발목 부상을 입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약점을 공략하지 않았다. 아키모토 역시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왕기춘의 페어플레이는 ‘전쟁터에서 상대를 배려한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지만, 대부분 팬들에게 금메달 못지 않은 박수와 격려를 받았다.

광저우(중국)|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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