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투르 드 DMZ-서울]3대 명장면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1]분단의 현장에서 [2]죽음의 언덕 넘어 [3]통일 향해 달렸다

옛 노동당사를 뒤로하고 투르 드 DMZ∼서울 이틀째인 23일 강원 양구 평화의 댐을 출발한 선수들이 분단의 아픔이 서린 철원 옛 조선노동당 당사(등록문화재 제22호) 앞을 지나고 있다. 이 건물은 1946년 당시 북한 땅이었을 때 조선노동당이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옛 노동당사를 뒤로하고 건축했다. 철원=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옛 노동당사를 뒤로하고 투르 드 DMZ∼서울 이틀째인 23일 강원 양구 평화의 댐을 출발한 선수들이 분단의 아픔이 서린 철원 옛 조선노동당 당사(등록문화재 제22호) 앞을 지나고 있다. 이 건물은 1946년 당시 북한 땅이었을 때 조선노동당이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옛 노동당사를 뒤로하고 건축했다. 철원=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10 투르 드 DMZ∼서울에 출전한 선수들은 22일 개막 후 이틀 동안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퍼레이드 구간을 포함해 약 370km를 달렸다. 그 안에 포함된 수많은 분단의 상징과 승부의 분수령 가운데 명장면, 명코스 톱3를 정리했다.

○ 북녘 땅 한눈에… 통일전망대

한 폭의 수채화였다. 금강산 일만이천 봉의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과 신비로운 해금강, 하얀 포말에 휘감긴 송도까지…. 오전 10시 출발을 앞두고 세계 각국에서 한국을 찾은 선수들이 통일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북녘 땅은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그러나 시야를 가리는 흉물스러운 철책과 분단 현실에 대한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지자 아름다운 경관에 연방 “원더풀”을 외쳤던 외국 선수들 사이에 한동안 정적이 감돌았다. 특히 분단을 거쳐 통일을 이미 경험한 독일 선수들의 표정은 남달라 보였다.

냉혹한 분단의 현실을 공유한 선수들은 북녘 땅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뒤 군악대의 씩씩한 연주 속에 출발선에 섰다. 평화를 염원하는 은륜의 물결이 이틀 동안 비무장지대 인근에 넘실거렸다.

○ 죽음의 언덕… 을지전망대

철책 너머 북한군 초소와 논밭이 보인다. 맑은 날씨 덕분에 금강산 봉우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였다. 23일 제1구간 두 번째 산악 구간이었던 강원 양구군 을지전망대(995m)는 가칠봉(1049m) 산등성이에 있다.

6·25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지 중 하나였던 자리에 1988년 전망대가 건립됐다. 구간 도중 여군 대위가 장병들을 옆에 세운 채 대열을 반겼다. 활짝 웃는 그를 향해 감독 등 스태프들이 반갑게 인사했지만 선수들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죽을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다. 곧장 오르지 못하고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아예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선수도 많았다.

이 구간을 2위로 통과한 덕분에 마지막 날 종합 2위를 차지한 장경구(가평군청)는 “어릴 때 근처에 살면서 가끔 이곳을 오르내렸다. 사이클로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코스를 익혀둔 게 힘을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평화를 향해… 통일대교

통일대교는 남북 경협의 상징이다.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북으로 갔던 그 다리다. 2007년 고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했을 때도 이 다리를 건넜다. 많은 사람이 평화와 통일의 희망을 안고 통일대교 남단에서 북쪽으로 향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도 통일대교를 건넜다. 그러나 앞서 건넌 사람들과 방향이 달랐다. 둘째 날 은륜의 물결은 통일대교 북단의 비무장지대를 누비다 남단에 있는 결승선을 향해 움직였다. 북에서 남으로 세계 각국 선수들의 자전거 행렬이 내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통일대교는 제2구간의 승부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결승선 10km를 남겨놓고 3분 가까이 앞섰던 선두 그룹은 메인 그룹의 ‘통일대교 스퍼트’에 따라잡혔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