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같은 선후배 강동희 감독-이운재의 ‘특별한 인연’

  • Array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내 골키퍼는 왜 해외진출 안하나”
“서른 넘어 기회 있었지만 포기했죠”

흰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미소가 무척 닮았다. 프로농구 동부 강동희 감독(오른쪽)과 프로축구 수원 골키퍼 이운재. 서로 걸어온 길은 달라도 이들은 절친한 선후배로 뜨거운 우애를 쌓아 가고 있다. 성남=김종석 기자
흰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미소가 무척 닮았다. 프로농구 동부 강동희 감독(오른쪽)과 프로축구 수원 골키퍼 이운재. 서로 걸어온 길은 달라도 이들은 절친한 선후배로 뜨거운 우애를 쌓아 가고 있다. 성남=김종석 기자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금요일인 13일 오후 서울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가는 도로는 주차장이나 다름없었다. 프로농구 동부 강동희 감독(44)은 동국대에서 연습경기를 마친 뒤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어렵게 경부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절친한 후배인 프로축구 수원 골키퍼 이운재(37)를 만나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으로 향했다. 퇴근길 러시아워에 막혀 약속 시간은 벌써 눈앞에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태어나 처음 교통사고에 휘말렸다. 만남의 광장 부근에서 4중 추돌사고를 당했다. 앞에 가던 승용차 2대와 시외버스가 잇달아 부딪치면서 뒤따르던 강 감독 일행의 차도 범퍼와 보닛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다행히 다친 데는 없었다. 사고 수습 후 2시간이나 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래도 이운재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운재야. 늦어서 미안하다. 많이 기다렸지.” “형, 괜찮아요. 어디 아픈 데 없죠. 와서 다행이네요. 우승하라고 액땜한 셈 치세요.”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이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졌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둥글둥글한 외모가 언뜻 보면 친형제처럼 보였다. 이들은 3년 전 수원 원천침례교회에서 인연을 맺어 금세 친해졌다. 위로 누나만 둘인 강 감독과 5남매의 막둥이로 태어난 이운재. 강 감독은 이운재를 친동생처럼 여겼다. 부인끼리는 더 자주 만날 정도. 아들만 둘인 강 감독은 이운재의 두 딸을 귀여워했다. “동희 형과 분야는 달라도 도움을 받는 게 많아요. 요즘처럼 장래를 고민하게 될 때 특히 의지가 되죠.”

이운재는 11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17년 동안 단 태극마크를 뗐다. 은퇴경기에 앞서 강 감독을 찾아 복잡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강 감독은 “나이를 먹으면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선수라면 누구나 더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버릴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3년 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강 감독 역시 은퇴 시점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기아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강 감독은 36세 때인 2002년 LG로 이적한 뒤 2년을 더 뛰고 코트를 떠났다. 별다른 은퇴식도 없이 쓸쓸히 유니폼을 벗었다. 그랬기에 거취를 둘러싼 이운재의 마음고생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대표팀을 떠난 이운재는 소속팀에서도 은퇴의 기로에 섰다. 몇몇 팀에서 그를 원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수원 창단 멤버인 이운재는 “내 몸에 푸른 피(블루윙즈)가 흐를지 모른다. 구단과 상의해야 하겠지만 여기서 마무리하고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감독이 불쑥 “근데 왜 국내 골키퍼는 해외에서 뛰는 경우가 없냐”고 물었다. 이운재는 “나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끝나고 기회가 있었는데 고민 끝에 포기했다. 그때 이미 서른이 넘었기에 실패가 두려웠다. 조금만 젊었으면 도전할 만했는데…”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의 골키퍼는 신체 조건이 뛰어나고 유소년 시절부터 골키퍼를 선택해 성장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열이면 열 모두 어려서는 골키퍼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뒤늦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에 해외 진출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불어나는 체중으로 고민한 적이 있는 이들은 둘 다 “국군체육부대 시절 몸이 최고로 좋았다”며 “신체적인 핸디캡은 노력과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웃었다.

시간이 나면 함께 골프를 즐기는 강 감독과 이운재는 얼마 전 퓨전 한식당에 공동 투자했다. 이들은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조심스러워했다. 자칫 한눈판다는 오해를 살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예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투잡스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성공 사례도 많다. 식당 이름은 ‘이구동성(二球東星)’으로 정했다. 농구공과 축구공을 합쳐 별이 되자는 뜻이라고 한다. 코트와 그라운드를 빛낸 강 감독과 이운재. 이젠 새로운 분야에서도 스타를 꿈꾸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