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기자의 킥오프]‘포스트 허정무’ 선정, 어렵군 어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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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좀 허접한 팀하고 평가전을 할 때 팬들이 오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이 팬을 1만5000명에서 2만 명은 몰고 다녔어요. 경기장이 꽉 찼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회고다. 2007년 말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룬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에게 고정 팬이 있다는 얘기다. 허 감독이 떠나며 후임 인선에 들어간 축구협회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 감독의 명성에 견줄 만한 인물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허 감독과 같은 급의 사령탑을 찾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대표팀 감독은 꽃 중의 꽃이다. 한 나라 축구의 자존심을 보여준다. 지도력도 가장 중요하겠지만 스타성을 무시할 수 없다. 스폰서로부터 수백억 원을 받는 축구협회로서는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뽑아야 돈을 내는 기업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축구협회 후원사들은 내심 국내 감독보다는 외국인 감독을 바란다. 허 감독에 버금가는 인물을 찾을 수 없다면 명성이 있는 외국인 사령탑을 뽑는 게 마케팅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존심이 강한 일본축구협회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출신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을 선임하고 이후 브라질의 지쿠와 유고의 이비차 오심 등을 연거푸 선택한 배경도 스폰서들의 강한 요구 때문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이번에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룬 국내파 오카다 다케시 감독을 선임할 때 일부 스폰서가 반대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축구협회는 “허 감독이 16강을 이루며 토종 감독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국내파 가운데 차기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현직 K리그 사령탑 열두세 명의 후보군을 놓고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기술위원회는 대표팀의 연속성 차원에서는 허 감독을 보좌했던 정해성 코치를, 업적과 명성에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사상 첫 8강 진출을 이뤘던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을 최적 후보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어떤 결론에 이를까

양종구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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