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의 월드컵 ‘A to Z’] ‘심리게임’ 승부차기, 이래서 어렵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6월 12일 07시 00분


승부차기는 19세기 아일랜드축구협회에서 처음 시도됐다는 기록이 있다.

그 후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위원 코르(말레이시아)의 제안으로 1970년 6월27일 FIFA가 정식으로 받아들였다. 이전에는 무승부가 되면 추첨으로 승부를 가리는 촌극이 벌어졌다.

월드컵에서 승부차기가 도입된 시기는 1982년 스페인 대회 때부터다.

승부차기는 페널티킥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론상으로는 막아내는 사람(GK) 보다 차는 사람(kicker)이 유리하다. 골문 정면 11m에서 차는데, 마크에서 시속 90∼120km 속도의 날아오는 볼이 골문에 도달하는 시간은 대략 0.5초다. 골키퍼의 반응시간은 0.6초 정도다. 이론상으로는 승부차기 성공률이 100%%가 나와야 한다. 골키퍼가 정확히 판단하고 막아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실제 성공률은 훨씬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골키퍼는 넓이 7.32m, 높이 2.44m의 골문 중 반쪽을 포기하지만 숙련된 골키퍼는 키커의 발 각도, 디딤 발의 위치, 눈의 방향, 키커의 자세 등을 보고 볼의 방향을 예측해 방어율을 높이려 애 쓴다. 특히 골키퍼는 허리 높이로 오는 볼을 제일 막기가 쉽다고 한다.

반대로 키커는 골키퍼의 위치나 자세를 확인한 뒤 낮은 킥이나 높은 킥(허리높이 이상)을 순간적으로 결정해 득점 성공을 높인다. 어린 선수는 속이는 동작이 미흡하고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페널티 마크에 볼을 놓기 전에 미리 방향을 정한다.

필자도 대학선수시절 승부차기를 경험했다. 성공률을 높이 위해 페널티킥 루틴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볼을 마크에 놓고 볼에 접근하기 전에 볼과 골키퍼의 위치를 한 시야에서 동시에 확인한 다음 어디로 찰 것인가 결정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한 경기에서 두 번의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페널티킥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최선책은 없다.

페널티킥은 골키퍼와 키커의 심리 게임이다. 골키퍼는 상대 키커의 눈을 확인한다든지 미리 마크 앞쪽 방향으로 각도를 좁게 해 앞으로 나온 다음에 키커가 볼을 마크에 놓는 순간 조금씩 골라인 방향으로 뒷걸음질 하면서 방어 포지션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차는 시간이 조금 지연되어 키커에게는 긴장과 초조감을 줄 수 있다.

키커가 페널티킥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멘탈적으로 준비가 되어야 한다. 자신감이나 집중력 등을 골키퍼에게 보여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무의식적인 운동수행능력으로 자신만의 페널티킥 성공 루틴을 가져야 한다. 2002년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때 히딩크 감독은 게임 전날 페널티킥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이런 준비 자세가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끈 밑거름이 됐다.

중앙대학교 사회체육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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