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100]뜨거운 축구사랑 아프리카,우승 못 할 것도 없다!

  • Array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놀라운 개인기… 탄탄한 체격…
빅리그 스타들 즐비
대선공약이 “월드컵 우승 책임”

1992년 그레이엄 테일러 잉글랜드 감독은 아프리카 팀과 경기를 치르고 난 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대체 저 검은 축구천재들은 어디서 나타났는가. 브라질 선수들 못지않은 깜짝 놀랄 개인기, 용수철처럼 통통 튀는 탄력, 건장한 체격….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문제는 조직력과 수비였다. 11명 모두가 오직 공격 또 공격이었다. 수비진의 유기적인 플레이라는 건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잠재력은 무궁무진했다.

“만약 아프리카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조직력을 발휘하기만 한다면 그들의 천부적인 능력과 경기에 대한 열정, 유연성, 그리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머지않아 세계 축구에 공포의 대상이 될 것이다.”

2010년 정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골잡이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는 세계 축구기자들에게 큰 소리쳤다. 이제 아프리카 축구가 월드컵에서 우승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대는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고 말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모든 사람에게 아프리카의 다른 점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프리카 축구의 저력을 과시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코트디부아르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할 것이다.”

코트디부아르는 이번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서 한 차례 패배(8승 4무)도 없이 본선에 진출했다. 29득점 6실점으로 아루투르 보카(슈투트가르트), 콜로 투레(맨체스터 시티), 엠마누엘 에부에(아스널)로 이어지는 수비진이 탄탄하다. 드로그바와 세쿠 시스(페예노르트)의 투톱이 막강하고, 박주영의 동료인 장 자크 고소(AS 모나코)와 야야 투레(바르셀로나)의 허리진이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드로그바가 큰소리 칠만하다.

코트디부아르는 아이보리코스트란 이름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첫 출전했지만 경험 부족이 뼈아팠다.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 네덜란드와 대등한 경기를 했지만 각각 1-2로 무릎을 꿇었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에 2골 먼저 내주고 내리 3골을 퍼부어 이긴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가나도 이번이 두 번째 월드컵이다. 첫 무대였던 독일 월드컵에선 브라질에 0-3으로 깨지며 그 벽을 실감했다. 가나 축구 역사는 만만치 않다. 스타플레이어도 많다. 브라질에만 펠레가 있는 게 아니다. 가나에도 1980,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아베디 펠레가 있다. 그는 A매치 33골을 기록한 골잡이다. 1991, 92, 93년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로 뽑힐 정도로 대단했다. 그의 아들 안드레 아예우(로리앙)는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가나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이번엔 성인대표로 나선다.

가나엔 젊은 피만 있는 게 아니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마이클 에시앙(첼시), 알리 문타리(인터 밀란) 등이 버티고 있다.

요즘 아프리카 축구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선두권이다. 그 뒤를 카메룬과 나이지리아가 받친다. 아프리카 축구는 이제까지 월드컵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린 적이 없다. 개인기는 뛰어나지만 조직력과 수비가 약하다. 남아공 월드컵은 아프리카 축구 사상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릴 기회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브라질이 실력과 홈 이점을 가지고 있어서 어렵다. 마침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4강 이상에 오를 실력을 갖추고 있다. 홈 이점이 있는 남아공과 카메룬, 나이지리아는 16강 또는 8강 이상 넘볼 수 있다.

요즘 유럽프로축구 빅 리그엔 아프리카선수들이 수두룩하다. 드로그바는 그의 조국 코트디부아르보다 더 잘 알려져 있다. 2006∼2007시즌 20골을 넣어 아프리카출신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드로그바 덕분에 코트디부아르가 아프리카서부 상아해안에 있으며, 전 세계 코코아의 40%를 생산하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된 팬들도 많다. 2010년 아프리카네이션스컵 대회(1.10∼31) 전체 참가선수 367명 중 무려 207명이 유럽파였다. 전체의 56.4%로 절반이 넘는다. 세계최고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출신도 21명이나 됐다.

1993년 나이지리아 대선후보였던 모슈드 아비올라는 “당선되면 나이지리아 월드컵 우승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런 공약이 먹혀들 수 있는 곳이 바로 아프리카다. 그만큼 아프리카 사람들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아프리카축구는 충분히 우승자격이 있다. 머지않아 아프리카육상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휩쓸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 원래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인이었다.

김화성 기자 mar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