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단거리는 기술싸움 ‘아시아 강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2월 17일 07시 00분


곡선주로 스피드 유지 테크닉 중요…지구력 필요한 ‘35초 승부’도 원인

육상과 스피드스케이팅은 하계와 동계올림픽에서 대표적인 기록종목이다. 하지만 단거리와 중장거리에서 아시아선수들의 위상은 정반대다.

육상의 경우 대표적인 단거리인 100·200m는 동양선수들에게 불모지나 다름없다.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400m(100×4)계주에서 일본이 동메달을 땄을 때, 세계 육상계가 ‘대사건’으로 받아들일 정도다. 반면 마라톤에서는 황영조(40·19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비롯해 아시아선수들에게도 도전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아시아가 단거리에서 강세다. 16일 열린 남자500m에서도 한국·일본 선수들이 나란히 시상대의 세 자리에 올랐다. 이와는 달리, 장거리에서는 14일 이승훈(22·한국체대)의 남자 5000m 은메달이 아시아선수의 동계올림픽 첫 메달이었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윤성원 박사는 “두 종목 모두 단거리에서 지근보다 속근을 많이 사용하는 데는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육상의 단거리는 좀 더 빠른 시간 안에 승부가 난다. 200m라고 하더라도 세계정상급 선수들의 기록은 20초 이내. 근 파워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반면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500m)는 세계정상급 선수들의 경우, 35초 내외에서 메달이 갈린다. 파워만큼이나 그 힘을 유지하는 근 지구력의 중요도 역시 크다. 아시아선수들도 근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서양 선수들에 뒤질 것이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 단, 근지구력 훈련이 신체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에 더 큰 고통을 참아야 한다.

KISS 최규정 전문체육연구실장은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단거리라고 하더라도 곡선주로에서 원심력을 이겨내고, 스피드를 유지하는 기술적인 요인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술 습득에서는 체격조건의 핸디캡을 갖고 있는 아시아선수도 불리할 것이 없다는 의미다. 육상으로 치자면, 상대적으로 기술적 요인이 큰 단거리(남자110m허들)에서 류시앙(27·중국)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과 같은 경우다. 한국선수들은 코너 워크에서 스피드 증가를 위해 탄력밴드를 이용한 훈련을 해 왔다.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는 그간 심폐지구력이 뛰어난데다가 신장까지 탁월한 북유럽이 강세였다. 스포츠의 매력은 불리한 조건을 뛰어넘는 도전. 그래서 윤성원 박사는 “이승훈의 메달이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한국스피드스케이팅은 값진 메달로, 굳게 닫힌 편견의 문을 열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 다시보기 = 모태범, 한국 빙속 사상 첫 번째 금메달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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