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포츠 통한 일본의 환경 보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5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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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주 '프로야구 경기 스피드업 세미나'를 열었다.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평균 경기 시간은 역대 최장인 3시간 22분. 연장전을 12회로 제한했는데도 끝장 승부를 도입했던 지난해보다 8분이나 늘었다. 연장 승부를 제외한 경기 시간은 3시간 18분으로 메이저리그보다 26분, 일본보다 10분이 길다.

일본 프로야구 경기 시간은 2006년까지 한국보다 길었다. 2004년에는 3시간 24분이나 됐다. 하지만 2007년 한국과 똑같이 3시간 19분을 기록하더니 2008년에는 6분을 더 줄였다. 올 시즌 전체 경기 시간은 변함이 없지만 9이닝 경기만 따지면 지난해보다 1분을 줄였다.

경기 시간 단축은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도 꾸준히 강조해 온 사안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2007년부터 이를 환경 보호와 연계시켰다는 점이 특이하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지난해 3월 '그린 베이스볼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야구의 힘으로 온난화 스톱'이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이전 10년 동안의 평균 경기 시간인 3시간 18분에서 6%(12분)를 줄이자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6%는 대충 정한 수치가 아니다. 일본은 2005년 환경 보호를 위한 교토의정서에 가입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6% 감축을 약속했다.

프로야구는 야간 경기가 많다. 경기 시간을 단축하면 조명을 켜는 시간을 줄여 전력을 아낄 수 있다. NPB는 지난해 경기 시간 6분을 줄이면서 총 21만 694kWh의 전력을 절약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17t 줄였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이는 밤나무 300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

일본은 프로야구뿐 아니라 골프를 통해서도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지애(하이마트)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메이저대회인 리코컵챔피언십에 출전하면서 '1일 1kg 이산화탄소 줄이기'라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했다. 신지애는 난방 온도 낮추기 등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25개 항목을 선택해 1.902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야구 경기 시간을 몇 분 줄인다고 엄청난 양의 전력을 아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분을 단축해 절약되는 경기당 평균 전력량은 244kWh. 웬만한 가구의 한 달 전력량 정도다. 신지애가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그리 많지는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0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1t. 신지애가 약속을 충실히 지켜 1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694kg 줄인다면 7% 정도 줄이는 셈이다.

하지만 인기 종목인 프로야구나 골프를 통해 국민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 효과는 크다. 일본 환경성 기모시타 이치로 장관은 지난해 그린 베이스볼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이 솔선수범해 주니 눈물이 나올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일본 프로야구가 언제쯤 경기 시간 6% 단축(3시간 6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국내 프로야구도 경기 시간 단축으로 인한 팬 서비스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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