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김의 MLB 수다] 선수들 정신력 강화 6개월 ‘장기전의 힘’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7시 00분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의 팀당 경기수는 162게임이다. 물론 포스트시즌이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6개월간 거의 매일 경기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많은 경기를 소화하다보니 선수들에겐 시즌 중 별일이 다 생긴다.

부상을 당하고, 슬럼프에 빠져 헤매기도 하고, 사생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심지어 공에 맞아 뇌진탕에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한번 시작된 시즌은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뉴욕 양키스의 레전드인 요기 베라는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야구는 90%% 정신력이고 나머지 반은 신체적이다.” 수학적으로 풀이하면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야구를 오래 즐긴 팬이라면 충분히 이해되는 방정식이다.

2004년 시즌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복 입은 50대 남자가 뉴욕 메츠 클럽하우스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손에는 항상 노트북이 있었고, 미디어에 공개하지 않는 지역인 트레이너실과 선수 식당에까지 침범(?)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특별히 하는 것 없이 클럽하우스 전체를 누빌 수 있는 특권을 누린 이 남성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바로 메츠가 새로 고용한 팀 심리학자였다.

당시 선수들은 상담을 꺼려했으나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1대1 상담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선수의 개인적 편의와 프라이버시를 위해 야구장 밖에서 상담할 수 있는 루트도 만들어가면서 적극적으로 선수들의 ‘귀’가 돼 주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50개 이상의 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학 석사와 박사과정 코스를 독립적으로 개설할 정도로 관심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스콧 보라스 코퍼레이션 같은 경우에는 에이전시 전속 심리학자가 소속 선수들을 돕고 있고, 보스턴 레드삭스에서는 아예 메이저리거 출신 심리학자를 고용했다. 오클랜드와 메츠의 투수코치였던 릭 피터슨 같은 경우도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존 스몰츠는 메이저리그 3년차이던 1991년 시즌 전반기 2승11패의 부진에 빠졌다. 당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단장이었던 존 슈월츠의 권유로 그는 스포츠심리학자를 찾았고 상담 후 그의 성적은 12승2패로 180도 달라졌다.

당시 스몰츠는 “사람들이 내가 심리학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면 내가 미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좋은 결과에만 집중하고 나쁜 것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한창 컨디션이 좋던 마이너리그 선수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공이 잘 보일 땐 수박처럼 보이고 슬럼프에 빠지면 골프공처럼 보인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말이었지만 심리적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한마디다.(참고로 야구공의 사이즈는 바뀌지 않습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야구 포스트시즌의 열기는 뜨겁다. 고비가 오고 힘든 순간을 정신적으로 극복하는 팀이 마지막에 남는 팀이 될 것이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o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twitter.com/danielkim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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