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김성근 감독의 여유 “김광현·송은범·전병두 빠져도 괜찮아… 내가 있잖아”

  • 입력 2009년 10월 5일 0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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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 )동열이도 없고, (이)종범이도 없던’ 해태는 몰락했다. 천하의 김응룡 감독조차도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란 대명제를 뒤엎지 못했다. 이 지점에서 2009년 SK의 플레이오프(PO)는 특수하다. 시작도 하기 전, 총알로 불리는 단기결전의 절대전력인 투수력이 고갈 상태다.

‘(김)광현이도 (송)은범이도 (전)병두 마저도’빠져나갔다. 그러나 SK 김성근 감독은 태연하다. 적어도 겉으론. “내가 있잖아!”, 그 일갈로 SK는 야구의 상식에 도전한다.

추석 연휴의 끄트머리인 4일 문학구장. SK의 플레이오프(PO) 대비 실질적 최종 리허설이 실시됐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자체평가전. 선수단은 1시부터 몸을 풀었다. 분위기는 평온했다. 선수들은 “상대가 결정되니 (집중력이) 확 올라온다”고 말했다.

훈련 직후 나타난 김 감독은 곧장 불펜으로 갔다. 글로버와 채병용이 있었다. 심판과 타자까지 세워놓고, 스트라이크 존과 포크볼을 점검했다. 김 감독은 조금 떨어져 반바지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말없이 지켜봤다.

불펜을 나와 벤치에 앉아있는 사이 그의 휴대폰은 쉴 틈이 없었다. 대답은 한결같았다. “못 나와.” 그 한마디만 들어도 짐작할 수 있었다. 김광현의 PO 엔트리 탈락. “저런 공으론 실전에 못 내보내. 아직도 부상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

설명은 간결했다. 그럼 한국시리즈는? “SK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대?” 가급적 미련을 끊는 뉘앙스다. 재활 중 팔꿈치 통증이 생긴 뒤 김광현의 실전, 불펜피칭은 없었다. 캐치볼

만 하다 관뒀다. 이날도 김광현은 따로 캐치볼을 했다. 김 감독은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

“선발 한명 빠진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왜 세상은 김광현 없으면 SK가 큰일 날 듯 여기는지 납득 못하겠다는 투였다. 그 여파가 가시기 전에 또 ‘폭탄’이 날아왔다. “송은범, 전병두도 없이 간다.” 둘 다 어깨가 아프단다. 두산전 데이터도 좋지 않아 미련을 버렸다.

“그럼 차포에, 마까지 없이 하네요?” “내가 있잖아!” 김 감독의 진심이 튀어나왔다.

SK의 PO는 두산과의 싸움이 아닌 것 같았다. 팀 SK와 김 감독 자신의 역량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무대로 PO를 규정하는 것처럼 비쳤다.

김 감독은 PO를 “5차전까지”로 봤다. 글로버, 카도쿠라 외엔 선발이 공백이다. 4일 평가전에서 카도쿠라, 고효준은 위압적이지 못했다. 예년 SK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특수훈련’을 불사했다. 관중 함성까지 틀어놓고 훈련했다. “아시아시리즈 우승이 최종 목표”라고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런 것이 없다.

사실 김 감독은 준PO에서 두산의 낙승을 예상했다.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됐다. 과거 어느 때보다 우승의 길이 험난하리란 기색이 역력하다. 이제 결전, 말수가 부쩍 줄었다. 마음을 비운 것일까. 아니면 계산은 이미 끝난 것일까.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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