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 스포츠] “버릴수도 쓸수도”…구단 ‘레전드 딜레마’

  • 입력 2009년 9월 8일 0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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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면 일반적으로 구단은 두 가지의 딜레마에 빠진다. 하나는 감독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노장선수의 처리문제다. 감독은 성적과 계약기간에 따라 달라지니 논외로 하고, 모든 구단이 예외없이 직면하는 문제는 노장선수의 향후 진로다. 올 시즌만 하더라도, 한화의 레전드인 송진우와 정민철이 시즌 중반에 은퇴를 선언했다. 겉모양은 선수의 자발적인 은퇴선언이지만, 속내는 구단의 ‘개입’이 없을 수 없다. 그래도 송진우와 정민철은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지 않았다. 타이밍이 적절했고 그 덕분에 명예를 지켰다.

노장선수, 그 중에서도 프랜차이즈 스타가 ‘쿨’하게 떠나기란 쉽지 않다. 일단은 팬들이 아쉬워하고, 그와 함께한 추억이 아련하다. 야구는 스타와 팬이 함께 늙어가는 ‘인생’이 있는 스포츠다. 특히 레전드의 은퇴는 한 시대의 마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연히 아쉬움과 미련이 남을 수밖에. 선수입장에서도 자신의 운동 수행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고액연봉은 떨치기 힘든 유혹이다. 선수생활 연장에 욕심이 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구단입장에서는 생각이 다르다. ‘늙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팀을 위해서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하는데 고참이 버티고 있는 한 쉽지 않다. 야구는 적응의 스포츠이다. 기회를 제공해야만 선수가 성장할 수 있다. 일부 타고난 선수를 제외하면, 기회의 제공여부가 선수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프랜차이즈 스타를 함부로 처리하기도 어렵다. 선수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은퇴를 종용했다간 팬들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팀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고액연봉을 계속 주면서 끌려 다니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현명한 대안은 무엇인가.

KIA의 이종범이 좋은 선례를 남겼다. 돈 때문에 야구한다는 소리가 듣기 싫었던 이종범은 2008년 ‘단돈’ 2억원에 계약했고, 올 시즌 연봉도 2억원이다. 정말 야구가 하고 싶고 선수생활을 지속하기 원한다면 이종범처럼 ‘화폐’를 포기하면 간단하다. 이종범이 누구인가. 아무리 한물갔다고 하지만 레전드 중의 레전드 아니던가.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후배 FA선수들의 4년 40-50억 계약 소리에 어찌 속이 쓰리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그는 야구가 금전보다 더 중요함을 몸소 보여주었다. 연봉측면에서 구단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구단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선수의 명예는 지켜줘야 한다. 레전드급의 선수는 선수생활 지속여부를 본인의 판단에 맡겨두는 것이 현명하다. 단지 연봉을 얼마로 결정할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구단의 몫이다. 김동수, 전준호, 이종범의 계약 선례를 통해 고액에 대한 부담은 벗어난 것이 사실이지 않는가. 팀의 늙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너무 눈치 밥을 먹고 있다고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명예는 지켜주는 것이 도리이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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