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이겨낸 박희도 “짝다리의 돌풍슛은 계속됩니다”

  • 입력 2009년 9월 4일 0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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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5골 6도움…부산 결승행 ‘일등공신’ …맞춤깔창으로 단점 보완

김은미(46)씨는 아들이 그라운드에서 종횡무진 내달리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면서도 가슴 한 편이 저려 온다. 박희도(23·부산 아이파크). 그는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부산에 1순위 지명을 받은 뒤 작년 신인왕 후보까지 올랐고, 올 시즌 5골 6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컵 대회 결승행에 일등공신이 됐다. 2일 포항과의 컵 대회 결승 1차전에서도 선제골을 뽑는 등 입단 2년 만에 팀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겐 선천적인 발달 장애로 운동을 하지 못할 뻔했던 사연이 숨어 있다.

○오른쪽 다리가 더 긴 아이

박희도는 오른쪽 다리가 왼쪽에 비해 1-2cm 더 길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지금도 종아리 근육이 왼쪽에 비해 오른쪽이 발달돼 있고, 발 사이즈 역시 왼쪽은 250mm, 오른쪽은 255mm다.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놀란 마음에 어린 아들 손을 잡고 병원을 찾은 것도 수십 차례.

어머니 김씨는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고 해서 더 애가 탔다”고 회상했다. 다행스레 성장 과정에서 점차 균형이 잡혀갔다. 병원에서도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사를 통해 발달 과정만 잘 체크하면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을 거라 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사단이 났다. 또래 아이들을 불러 모아 공차는 걸 즐겼던 박희도를 본 인근 초등학교 코치가 스카우트 제의를 했고, 아들은 축구를 하고 싶다고 졸라 댔다. “운동은 안 된다”는 의사 말을 들은 어머니는 당연히 결사반대.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특수 맞춤깔창

박희도는 1년에 몇 차례 안 되는 휴가기간에도 매일같이 조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부산 김민철 의무 트레이너는 “선수들마다 양 다리에 편차가 조금씩은 다 있다. 다만 (박)희도는 그 편차가 좀 클 뿐이다”면서도 “먼저 땅에 디뎌지는 오른쪽 다리가 더 발달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니 앞으로 밸런스 유지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쉴 때도 꾸준히 근력을 유지해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희도는 양 다리 길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동안 특별한 조치 없이 축구를 계속 해 왔다, 그러나 조만간 보조기 제작업체에 의뢰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맞춤 특수깔창을 만들 계획이다.

○극진한 뒷바라지

박희도의 성장에 부모님의 극진한 뒷바라지를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활어 회 도매업을 하는 아버지 박명림(49)씨는 원래 축구선수를 하고 싶었지만 7남매의 장손이라는 이유로 꿈을 접어야 했다. 박희도가 축구를 시작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한 이도 바로 아버지. 지금도 부부는 부산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경기장을 찾는다. 오후 8시 경기가 끝나고 나면 상행선 기차 편이 없어 늘 고속버스를 타고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2일 포항과의 컵 대회 결승 1차전을 본 뒤 집에 도착하니 새벽 4시가 훌쩍 넘었다. 그래도 아들이 골 넣은 장면을 생각하면 피로는 절로 가신다. 어머니 김씨는 “(박)희도가 천성이 착하고 성실해 운동선수 자식 가진 다른 부모에 비하면 크게 마음 고생한 적이 없어 아들에게 고맙다”고 웃음을 지었다.

○2년차 징크스 없다

아직까지 특별하게 내세울 만한 대표 경력은 없지만 박희도는 가장 가능성 있는 ‘젊은 피’ 중 하나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 섀도우 스트라이커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능력에 발재간과 남 다른 축구센스를 갖췄다. 부산 관계자는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부산 경기를 보러 와서 가장 먼저 묻는 선수가 바로 박희도다”고 귀띔했다. 실제 허정무호 초기 대표팀 예비명단에 든 적도 있다.

박희도의 올 시즌 목표는 K리그 8골 8도움. 지난 시즌의 정확히 두 배다. 주변에서 ‘2년차 징크스’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박희도는 “신인이었던 작년에 비해 오히려 더 그라운드에서 여유가 생겼다. 감독님도 기회를 많이 주고 팀 조직력도 나아졌으니 꼭 컵 대회 우승을 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태극마크의 꿈은 언제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죠. 일단 K리그에서 제대로 실력발휘하면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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