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바스켓 용병’들의 자기관리 24시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코멘트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음식점. 테이블 위에 놓인 스테이크를 쳐다보며 고민하는 표정을 짓던 한 남자가 점원에게 말을 건넸다. “이거 포장해 주세요.”

주인공은 사마키 워커(33·SK). 올 시즌 한국프로농구 유니폼을 입게 된 외국인 선수다. 40분 넘게 기다린 그가 정작 음식이 나오자 손도 대지 않은 이유를 묻자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스테이크가 생각보다 20분 늦게 나왔어요. 100% 컨디션으로 오후 훈련에 참가하려면 포크를 들어선 안 됩니다.”

워커는 미국프로농구에서만 10시즌을 뛴 거물 용병이다. SK 구단에선 이런 경력을 지닌 워커가 자칫 거만한 태도로 팀 분위기를 흐릴까 걱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워커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다. 구단 관계자는 “입국 일주일도 되지 않아 구단 팬 미팅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청하고, 훈련 땐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게 워커”라고 치켜세웠다. 워커 역시 “좋은 성적을 내고 팬에게 봉사하는 건 프로 선수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힘주어 말했다.

농구판에서 용병들의 튀는 행동은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메뉴다. 용병의 활약에 따라 한 해 농사가 좌우되는 구단으로선 일부 용병의 일탈행동에 전전긍긍하는 게 사실. 그러나 튀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자기 관리까지 소홀히 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리온스 김남기 감독은 “훈련이 끝나도 성에 안 차면 밤늦도록 개인 훈련을 하는 게 용병들”이라며 “자유분방한 옷차림만으로 그들의 실제 모습까지 판단하면 안 된다”고 전했다. KBL 관계자 역시 “시즌이 끝난 뒤 술 마실 때도 한국 농구 정보를 교환하느라 바쁜 용병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스의 새내기 용병 케빈 마틴(26)의 한마디. “성적이 나쁘면 바로 짐 싸는 게 우리 운명입니다. 1초라도 자기 관리에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