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골프]최경주의 ‘말뚝 악몽’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8분


대리석 말뚝 뽑았다 2벌타

경기위원 불러 처리했어야

흰색 OB말뚝 제거하면 안돼

‘말뚝이 뭐기에.’

최경주(나이키골프·사진)는 최근 SK텔레콤오픈에 출전했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 하나를 털어놓았다. 벌써 10년 전 얘기인데도 그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최경주가 1999년 아시아투어 마카오오픈에 출전했을 때의 일이다. 마지막 날 선두권을 달리던 그는 후반 파5 홀에서 티샷한 공이 남은 거리 200야드를 표시하는 말뚝 옆에 떨어졌다. 스윙에 방해를 받았지만 말뚝이 육중한 대리석으로 돼 있어 쉽게 뺄 수 없었다.

난감해하던 그에게 국내 골프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동반자 사이먼 예이츠(스코틀랜드)가 농담처럼 말을 건넸다. “너 역도 선수 출신 아니냐. 힘 좀 써보자.” 그러면서 자신의 캐디까지 동원해 함께 뽑아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땀을 흘리며 말뚝을 뽑아낸 그는 투온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말뚝은 당초 로컬룰에 따라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로 규정됐기에 최경주는 뒤늦게 2벌타를 받고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당시 경기위원장을 맡았던 이학 아시아골프투어 부회장은 “룰 미팅에서 결정된 사항이었다. 경기위원을 불러 처리했다면 아무 문제될 게 없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말뚝을 보게 된다. 해저드를 표시하는 노란색 말뚝, 병행 워터해저드를 뜻하는 붉은색 말뚝, 거리 표시 말뚝 등은 대체로 움직일 수 있는 인공 장애물이어서 스탠스와 스윙에 걸린다면 얼마든지 빼내고 플레이를 해도 된다.

유일하게 흰색 OB 말뚝만큼은 제거할 수 없다. OB 말뚝은 코스의 일부인 고정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OB 말뚝이 스윙을 방해하더라도 그냥 치거나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 최경주의 사례처럼 콘크리트나 돌로 된 말뚝이라면 한 클럽 이내에서 무벌타 드롭으로 구제를 받은 뒤 플레이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거리를 표시할 목적으로 살아 있는 나무를 심어 놓은 경우에는 인공 장애물이 아니므로 구제받을 수 없다.

규정이 이런데도 아마추어 골퍼는 물론이고 프로들도 착각을 해 어이없는 실수를 하거나 동반자와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안시현은 2005년 국내 대회인 엑스캔버스오픈에 출전했다 파3홀에서 티샷을 그린 옆에 떨어뜨린 뒤 스윙에 방해가 되던 OB 말뚝을 뽑았다. 경기위원의 지적에 다시 말뚝을 꽂는 해프닝을 벌였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2벌타를 받은 그는 7타 만에 홀아웃하는 수모를 겪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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