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WBC 다이어리] 와타나베의 ‘관용 리더십’

  • 입력 2009년 3월 4일 07시 51분


그는 웃으면서 인터뷰실에 들어왔습니다. 세이부가 2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에 2-4로 패한 직후였습니다. 지고 나서 웃는 일본 감독은 처음 봤습니다. 작년 아시아시리즈가 생각나네요. 벤치의 그는 고독한 무사가 아니라 소풍 나온 초등학교 선생님 같았습니다. 시종 웃고, 떠들고, 박수치고….

이 감독의 이름은 와타나베 히사노부(사진)입니다. 작년 세이부 감독 부임 첫해 일본시리즈 우승을 일군 인물입니다. 지금 대만팀의 투수코치로 와 있는 궈타이위안(곽태원)과 함께 ‘세이부 황금시대’의 주역 중 한명이죠. 둘의 우정은 각별해 와타나베의 은퇴 후 대만 코치 연수를 궈타이위안이 주선해줬지요. 지금은 없어진 TML(타이완 메이저리그)의 ‘용사’란 팀인데 플레잉코치로 ‘졸지에’ 다승왕까지 거머쥐었지요. 대만 선수들이 자신의 투구이론을 이해하지 못해 고민하던 중 “직접 몸으로 보여주면 되지 않냐?”는 궈타이위안의 말을 듣고 결심했답니다.(오버핸드인 그는 사이드암 투수를 가르치려고, 일부러 사이드암으로 실전에서 던진 적이 있었는데 완투를 했습니다. 또 와타나베가 연전연승하자 감독이 욕심이 나서 더 던져달라고 부탁한 일화도 있습니다. 지도자로 갔는데 용병으로 쓰인 셈이죠)

어쨌든 그의 지도자 철학은 대만에서 구축됐습니다. ‘선수 눈높이에 맞춰서 소통하라.’ ‘가르치는 것은 재미있다.’ 해설자, 세이부 2군 투수코치와 감독을 거쳐 1군 감독에 임명됐을 때 세이부는 약체로 분류됐습니다. 와타나베는 ‘황금시대의 한계’라 파악했습니다. 그 시절에 얽매여 있는 비효율적인 요소를 깼습니다.

선수의 개성에 맞춰 1:1 면담하고, 개인별 목표와 경쟁자를 만들어줬습니다. 훈련은 ‘얼리워크’라 해서 아침 일찍 시작해서 저녁 5시에 끝냈습니다. 그 이후 시간은 훈련 대신 선수끼리, 혹은 코치와 선수가 소통하는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또 미국 유학파이자 평생지기인 오쿠보 히로모토를 타격코치로 영입했는데 그는 ‘풀스윙’을 전파, 콘택트 히팅과 팀 배팅에 익숙한 일본의 타격관을 깼습니다. 작년 세이부의 홈런수(198홈런·전체1위)를 보면 실험의 결과가 어땠는지 알 수 있지요.

그는 자신의 리더십을 ‘관용력’이라 압축했습니다. ‘화내지 않으면 선수는 성장한다’, ‘유토리 세대(풍족한 세상에 태어난 젊은층)는 관리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신조를 내세운 소통형 리더십은 ‘감독은 신’이란 일본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대안처럼 여겨집니다.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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