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사이언스] ‘하드웨어’가 성패를 결정한다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9시 29분


서로 마음이 잘 맞아 아주 친하게 지낼 때 흔히 ‘찰떡궁합’이라고 부른다. 인간관계에서 이런 궁합은 아주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성격 차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궁합 여부와도 관련이 있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궁합이 존재한다. 선수와 종목 간에 궁합이 잘 맞아야 성장도 하고, 나아가 세계 정상에도 설 수 있다. 물론 서로 어긋날 때는 선수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주 ‘스포츠 & 사이언스’에서는 스포츠 선수와 종목의 상관관계를 알아본다.

■ 스포츠선수의 체형과 종목의 궁합

성공적인 베이징올림픽 이후 국민들의 관심은 스포츠 스타에게 쏠렸다. 대중들은 스포츠 스타의 얼굴이나 몸매를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메달리스트이기 때문에 멋있는 건지, 아니면 원래 선수 모습이 멋있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금메달의 후광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선수들의 체형은 누가 봐도 멋있을 수 있지만 반면 그렇지 못한 스포츠 선수들도 있다. 또한 스포츠 종목별로도 각양각색이다.

그렇다면 종목별로 요구되는 체형이 따로 있는 것일까. 각 종목별로 궁합이 맞는 체형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이다. 종목에 따라 요구되는 신체조건이 있으며, 이에 따라 선수의 자질이 평가되기도 한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가장 인기를 얻은 수영의 박태환을 보자. 작은 머리와 넓은 어깨, 긴 상지와 하지는 누가 봐도 호감을 느끼는 체형이다. 이런 체형이 수영선수들에게는 저항을 줄이고, 추진력을 증가시켜줄 수 있다. 또한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역삼각형의 상체는 수영선수들의 대표적인 체형이라 할 수 있다.

‘배드민턴의 영웅’ 이용대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스타다. 이용대는 박태환에 비해 상체의 균형적인 발달은 덜 하지만 대퇴부를 중심으로 한 하체의 발달은 매우 뛰어나다. 아울러 경기 특성상 머리 위에서 라켓을 많이 휘두르며 진행되기 때문에 키가 크고, 팔이 긴 선수가 유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일부에서는 왼손잡이 선수가 오른손잡이 보다 스매싱 각이 커져 공격에 더 유리하다고도 한다.

유도의 최민호는 큰 손과 괴력의 힘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경기 특성상 지속적으로 도복을 잡고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유도 선수들의 손은 큰 편이고, 이에 따라 악력도 매우 강하다. 또한 발도 큰 편이고 뼈대도 두꺼우면서 주로 상체의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최근 유도선수들은 ‘몸짱’ 처럼 잘 발달된 잔 근육을 자랑한다. 흔히 종목별 선수들을 비교할 때 몸매가 가장 균형적으로 발달되었다고 평가받는 것은 육상 선수들이다.

베이징올림픽 육상 100m에서 우승한 우사인 볼트를 비롯한 단거리 선수들의 근육을 보면 조각처럼 매우 균형적으로 발달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의 발목은 매우 가늘다는 특징이 있으며, 반면에 어깨와 골반은 넓은 것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신체특성이다. 중장거리 선수들은 단거리 선수들에 비해 근육이 발달하기 보다는 심폐기능이 더욱 요구되기 때문에 주로 마르고 키가 작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마라토너 황영조와 이봉주 모두 170cm가 되지 않는 단신이다.

베이징에서 드라마 같은 경기를 펼친 복싱의 백종섭과 김정주를 떠올려보자. 복싱선수들의 가장 큰 특징은 체중조절 종목으로 인한 적은 체지방량이다. 실제로 복싱선수들을 보면 정말로 군살 없이 잔 근육들로만 체형이 이뤄져 있다. 이런 이유로 모든 스포츠 선수들 중에서 체력이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것이 바로 복싱 선수들이다. 또한 긴팔과 다리는 복싱선수들에게 유리한 신체조건을 가져다준다.

이외에도 태권도 선수들의 체형은 허벅지와 종아리를 비롯한 하체의 발달이 주요한 특징이며, 경기 특성상 지속적으로 뻗어야 하기 때문에 키가 크고 다리가 긴 선수들이 유리하다. 또한 돌려차기 등 회전을 많이 하기 때문에 복부와 허리의 근력이 잘 발달되어 있다. 위에서 보듯 각 종목별로 적합한 체형이 존재하는 반면 선수들의 체형이 크게 중요시 되지 않는 종목도 있다. 대표적인 종목이 양궁과 사격이다. 물론 이들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체력운동을 하지만 다른 종목과 비교해 볼 때 체형 및 체력의 중요성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을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형은 일반인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결론적으로 종목별로 적합한 체형이 존재하며 이러한 체형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 선수가 되려는 어린 선수들은 자신들의 체력 특성과 성향 그리고 체형을 충분히 고려해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광준 KISS 연구원

정리|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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