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전설, 베이징 金이 잇는다

  • 입력 2008년 11월 6일 08시 32분


WBC ‘2006 vs 2009’ 무엇이 달라졌나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야구가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 현 시점에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는 현존 최대 규모의 국가 대항전이다. 메이저리거가 대거 출전하는 점에서 오히려 올림픽보다 면면은 더 화려하다. 한국은 2006년 1회 대회 전승 4강 진출로 야구의 아시아적 가치를 전 세계에 입증해 보였다.

당시의 업적으로 ‘국민감독’ 칭호를 얻었던 한화 김인식 감독은 2009년 제2회 대회 사령탑 최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야구계가 김 감독을 원하고 있는 실정만 동일할 뿐 인적구성과 전력, 여건은 3년의 세월을 실감케 할 만큼 변했다.

○2006년 레전드vs2009년 골든 제너레이션

2006년 대표팀은 한국 야구 역사상 다시 볼 수 없는 초호화 구성이 이뤄졌다. 김 감독 밑으로 선동열 삼성 감독이 투수코치로 보좌했고, 김재박, 조범현 감독도 코치로 일했다. 투수진엔 박찬호(샌디에이고) 김병현 김선우(이상 콜로라도) 서재응(다저스) 봉중근(신시내티) 등, 빅리거가 주축을 이뤘다. 구대성, 정대현, 오승환은 불펜에서 받쳤다. 야수진 역시 이승엽(지바 롯데) 최희섭(다저스)이 가세했고, 이종범 이진영 김동주 이병규 박진만 등 굵직굵직한 이름이 포진했다.

반면 2009년 멤버는 2008년 올림픽 금메달 주역이 대거 포진할 흐름이다. 김광현, 류현진이 원투펀치를 이루고 봉중근 송승준이 선발, 윤석민 장원삼 정대현이 불펜진의 주축이었다. 전원이 국내파였다. 야수진까지 통틀어 유일한 해외파는 요미우리 이승엽 뿐이었다. 다만 WBC엔 클리블랜드 추신수와 야쿠르트 임창용의 가세를 점쳐볼 순 있다.

○2006년 퓨전야구 vs 2009년 스피드 야구

2006년 대표팀의 야구는 무결점 수비와 탄탄한 불펜을 핵으로 잡고, 팀 플레이와 순리대로 따라가는 벤치워크의 최적 결합이 이뤄졌다. 선발이 약한 편이었기에 투구수 제한 제도도 호재로 작용했다. ESPN과 MLB 닷컴 등 미국의 주류 매스컴은 찬사와 경악의 시선을 담아 변방의 한국야구를 재조명했다.

2009년 WBC 멤버는 스피드가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이승엽, 이대호가 있지만 이종욱-고영민-정근우-이용규 등 번개발로 점수를 제조한다. 2006년에 비해 스몰볼 성향은 더 짙어지지만 득점 생산력은 한결 강해진 컬러다. 류현진-김광현이 버틴 선발진도 더 낫다.

○2006년 비주류서 주류로 vs 2009년 이너서클을 사수하라

당시 한국이 일본을 연파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팀까지 깨고 전승 4강을 해낼 줄 거의 아무도 몰랐다. 8강 진출이 현실적 목표였기에 국민들도 그 의외성에 더 감격해 병역면제란 선물을 줬다.

그러나 원래 WBC는 병역면제가 없는 대회다. 여기다 올림픽 금메달로 한국야구는 집중견제를 받게 생겼다. 당장 일본은 이치로 등 빅리거 호출령을 내렸고, 요미우리 하라 감독을 사령탑으로 내정했다. 대만도 해외파 소환령이 떨어졌다. WBC 4강과 올림픽 금메달로 한국민의 기대치가 올라간 현실도 부담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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